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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앉은뱅이책상’이 아니라 ‘낮은 책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김모(35)씨는 ‘앉은뱅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한다. 물론 김씨를 직접적으로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없지만 남들이 무심코 이 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부분 하반신 장애인이란 용어를 쓰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선 ‘앉은뱅이’라는 말도 종종 사용된다. 바로 앉은뱅이책상·앉은뱅이저울·앉은뱅이걸음·앉은뱅이놀이 등과 같은 낱말이다.

이런 말은 대상의 속성을 장애에 비유한 표현이어서 낱말 자체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애인을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어서 대부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장애인에겐 이 역시 큰 상처로 다가온다고 한다. ‘앉은뱅이의자’는 ‘낮은 의자’, ‘앉은뱅이저울’은 ‘대칭’으로 바꿔 부를 수 있다.

‘난쟁이’가 들어간 낱말도 비슷한 경우다. 난쟁이춤·난쟁이잠자리·난쟁이붓꽃·난쟁이바위솔·난쟁이버들·난쟁이패랭이꽃·난쟁이돌고래 등 수없이 많다. 이 역시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나 대부분은 아직 대체어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벙어리장갑·벙어리저금통·곱사등이춤(곱사춤) 등도 장애인과 관련된 표현으로 무의적으로 사용되기 일쑤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벙어리장갑’ 대신 ‘손모아장갑’으로 부를 것을 권하고 있다.

요즘 인터넷 유행어로 많이 쓰이는 ‘병맛’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병맛’은 ‘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로 형편없거나 어이없는 경우 등에 사용된다. ‘장애자’의 줄임말인 ‘애자’를 사용한 “너 애자냐” 또는 “장애스럽다” 등의 표현도 마찬가지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가가 그 사람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하니 나부터 더욱 주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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