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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파이브아이즈는 냉전산물”…북 미사일엔 “타국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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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5일 방한 중인 중국의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각각 만난 자리에서 왕 부장은 강한 어조로 한국에 미·중 사이의 선택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왕 부장을 만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 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도록 징계했는데도 이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구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왕 부장은 “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의지’를 강조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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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부장은 인사말에서 “내년은 중·한(한·중) 수교 30주년인데, 공자(孔子)는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을 했다”며 “3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 발전에 성공적 경험을 정리하고, 앞으로 30년간 양국 관계 발전을 잘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어에 나오는 삼십이립은 “서른 살이 되어 흔들리지 않는 뜻을 세운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양국은 비록 나라 상황이 다르지만 상대방이 선택한 발전도(길)를 지지하고 상호 존중하고, 상대방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관심사를 상호 존중하며, 각자 문화를 존중하며, 국민 정서를 상호 존중하는 전통을 가져 왔다”며 “앞으로 이런 전통을 계속 유지해야 하며, 이는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의 ‘상호 존중’ 발언을 두고 외교가에선 “남중국해·대만·홍콩·신장위구르·티베트 등 미·중 갈등 지점들과 관련해 한국에 중국 ‘지지’를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는 “중국은 한반도 남북 쌍방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간섭을 배제하며, 관계를 개선하기를 굳게 지지한다”는 왕 부장의 발언을 공개했는데 이날 청와대 서면 브리핑에선 이 내용이 빠졌다. ‘간섭 배제’는 한·미와 남북관계 이원화의 의도를 담은 용어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왕 부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부 장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견제 의도를 드러냈다. 그는 미 의회를 중심으로 한국을 포함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5개국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 대해 “완전히 냉전시대의 산물로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반발했다. 지난 11~12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다른 나라도 군사활동을 한다”며 두둔했다. ‘다른 나라의 군사활동’은 한·미 연합훈련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 발언 약 두 시간 뒤인 이날 낮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각각 발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왕 부장은 ‘한반도 상황의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국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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