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극단 선택” 자영업자의 비극…39%는 폐업 고려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00:02

업데이트 2021.09.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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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마포구에서 23년간 맥줏집을 운영한 A씨는 지난 7일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넘어서기 어려웠다. 숨지기 전 A씨는 자신이 살던 원룸을 빼 남은 직원의 마지막 월급을 줬다. 지난 12일에는 전남 여수의 치킨집 주인 B씨가, 15일엔 강원도 원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C씨가 삶을 등졌다. B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경제적으로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최근 2~3일 새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제보가 22건 들어왔다”며 “진위가 확인되면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사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벼랑에 선 자영업자의 고통은 절절한 숫자로 드러난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5000명 감소한 총 555만 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1만2000명이 적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13년 전(2008년 8월)에는 이 비중이 25.5%에 달했다.

830조 빚에 갇힌 자영업자, 3곳 이상서 대출자만 126만명

전국자영업자비대위는 코로나19 이후 하루 평균 1000여 개 매장이 폐업했다고 밝혔다. 15일 서울 명동에서 폐업한 상점 출입문이 잠겨 있다. [뉴스1]

전국자영업자비대위는 코로나19 이후 하루 평균 1000여 개 매장이 폐업했다고 밝혔다. 15일 서울 명동에서 폐업한 상점 출입문이 잠겨 있다. [뉴스1]

내수가 점점 위축되고, 자영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와중에 코로나19 충격이 더해지며 더 많은 자영업자가 더 빠르게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51만8000명 늘어나는 등 고용시장은 지난해보다 회복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영업자가 많이 일하는 대면 서비스 업종은 사정이 다르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취업자가 11만3000명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도 3만8000명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영업의 비대면화는 설상가상의 타격이다. 인터넷·홈쇼핑 등의 비대면 무점포 소매액은 올해 들어 7월까지 63조5740억원으로 2년 새 40.6% 폭증했다. 반면에 거리 상점인 전문소매점 판매액은 올해 1∼7월 72조1180억원으로 같은 기간 9.1% 감소했다.

결국 자영업자는 쌓이는 인건비·임대료 부담 등을 견디다 못해 영업을 접거나 직원을 내보냈다. 지난달 ‘직원을 둔 사장님’(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은 130만1000명이었다. 지난해보다 6만1000명 줄었는데, 8월 기준으로 1990년(119만3000명) 이후 31년 만에 가장 적다. 2018년 12월 이후 3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영업자 비중 또 최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영업자 비중 또 최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영업이 어렵다 보니 결국 금융회사에 손을 내밀고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8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18.8%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9.5%)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 4~8월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16조9000억원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8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50조원을 껑충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3월 말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는 245만6000명이었다. 1인당 평균 3억3800만원의 빚을 내고 있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는 126만 명, 이들의 부채는 약 50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나이스평가정보)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9.4%가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매출액 감소(45.0%)가 가장 많았고,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26.2%), 대출 상환 부담과 자금 사정 악화(22.0%) 등을 꼽았다.

전날 소상공인연합회와 자영업자비대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극한 비극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며 ▶영업시간·인원 제한 중심의 거리두기 방역 지침 철회 ▶전 소상공인 업종에 영업 제한 철폐 ▶손실 보상의 범위 확대 등을 촉구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은 정부가 방역 조치를 완화해야 자영업자의 사정이 그나마 나아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취업자가 서비스업 등 자영업 외에도 다른 업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는 산업·고용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실업률은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낮은 2.6%로, 7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가 노인·청년을 대상으로 단기 공공 일자리를 집중 공급한 데 따른 ‘착시 현상’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주당 일하는 시간이 36시간도 안 되는 단기 취업자 수는 1052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412만6000명(64.5%) 급증했다. 역대 최대다. 이 가운데 취업시간이 주당 1~14시간에 불과한 초단기 근무자도 7.4% 늘었다. 반면에  정규 일자리 비중이 큰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17.1% 감소했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년 대비 37만7000명 늘었는데,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의 72.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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