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찾은 왕이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 존중”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20:30

업데이트 2021.09.15 21:44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왕 부장이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 존중”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이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양국은 항상 각자의 발전 경로와 핵심 이익, 중대 관심사, 민족과 문화적 전통, 국민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는 양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확보하는 데 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또 "남북의 간섭 배제"를 거론해 방한 목적이 한·미 협력 견제에 있음을 보여줬다.

청와대 발표 내용엔 빠져
방한 왕이 중국 속내 전달
한국 상대 압박외교 구사

왕 부장이 거론한 중국의 ‘핵심이익’은 남중국해, 대만, 홍콩 문제 등 중국이 양보 불가로 간주하는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이들 현안에서 중국 입장을 존중해 달라는 뜻이다. 즉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신장·홍콩·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의 압박 대열에 동참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외교적 표현으로 전했다. 반면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 존중”이라는 왕 부장 발언은 이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인 발표한 접견 내용 브리핑에는 빠졌다.

앞서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양국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한·미 정상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공식 문서에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중국 측이 큰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왕 부장이 이날 거론한 ‘중대한 관심사’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알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간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서 이를 중국의 ‘중대한 관심사’로 표현하곤 했다. 왕 부장의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한 상호 존중”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과거 정상회담에서도 등장했던 표현이다.

“남북, 간섭 배제 지지” 발언도 靑 발표엔 빠져 

또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은 한반도 남북 쌍방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간섭을 배제하고 관계를 개선하기를 굳게 지지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남북 간섭 배제”라는 발언 역시 청와대 발표에는 빠졌다. 청와대 발표에선 “왕 위원은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 발전을 언제나 지지하는 입장임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하였습니다”로만 소개됐다.

그간 중국이 주장해온 한반도의 ‘간섭 요인’은 미국이었다. 즉 “남북 쌍방의 간섭 배제"는 한국이 한ㆍ미 관계보다는 남북 관계를 더 우선해 움직여주기 바란다는 중국 속내를 그대로 전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 장관급 인사가 한 발언을 중국 외교부가 그대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대한 압박외교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예상됐던 대로 중국은 이번 왕 부장 방한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그간 유지해왔던 중국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미 협력을 견제하면서 미국의 중국 압박에 동참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외교적 표현으로 전하면서 공식 기록으로 남겼다.

靑 “왕이 ‘역사적인 일’ 말했다”

또 청와대에 따르면 왕 부장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왕 부장의 “역사적인 일” 발언을 강조하며 남북 관계 돌파에 중국의 역할을 암시했다. 하지만 왕 부장의 이 발언은 중국 측 발표에는 빠졌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은 중국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대신 중국은 내년으로 다가온 한·중 수교 30주년에 대한 발언을 부각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양국은 수교 30주년 기념을 계기로 한·중 관계 미래 발전 위원회가 충분히 역할을 발휘해, 양국 관계의 다음 30년 발전에서 예측성이 풍부하고, 시대성을 체현하며, 활용성을 갖춘 발상과 조치를 제출해, 양국 관계의 더 큰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일은 내년 8월 24일이다. 행사는 한국으로선 차기 정부 몫이다. 중국의 시선이 한국의 다음 정부로도 향해 있음을 시사한다.

북 미사일에 中 외교부 “자제·균형을”

한편, 15일 북한이 2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 각국이 정치적 해결 방향을 견지하고, 자제하며, 대화와 접촉을 전개해, 쌍궤병진과 단계적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각국의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할 유효한 방법을 찾아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 없이 쌍궤병진 등 그간의 중국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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