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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간격 단축 '만지작'거리는 정부…현장에선 "단축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백신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사용한 화이자 바이알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백신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사용한 화이자 바이알을 들고 있다. 뉴스1

“백신 접종을 하다 보면 1·2차 간격이 왜 6주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일이 설명해야 해서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권고 간격대로 다시 조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서울 중구의 한 의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정모(46·30년차)씨는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백신 접종 간격 단축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정씨는 환자들이 백신 접종 간격을 잘 알고 있어 6주 간격인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백신 물량이 없어서 그렇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제날짜에 맞는 게 아무래도 좋겠죠”라고 덧붙였다.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정형외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29)씨는 잔여백신 폐기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접종 간격을 원래대로 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달 들어 잔여백신 수요가 많지 않아 하루에 1~2회 분량 정도 폐기하고 있다”며 “시스템상으로 5주까지는 당겨지는데 4주는 안 된다. 접종 간격을 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접종 간격 6주→3~4주 단축 서둘러야”

지난달 13일 휴대전화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휴대전화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1·2차 간격을 6주에서 3~4주로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지금이라도 접종 간격을 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존의 권고대로 접종 간격을 조정해 예방효과를 높이고 현재 폐기되는 잔여백신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역 전문가들도 접종 간격 단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수급이 불안정하니 정부가 접종 간격을 6주로 늘렸는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임상 3상 결과나 미국·이스라엘에서 나오는 모든 자료는 화이자는 3주, 모더나는 4주 간격으로 접종했을 때 도출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6주 간격을 지속하면 항체 형성이 떨어질 수 있고, 1·2차 사이 3주간의 공백이 더 생겨 감염 위험이 더 크다. 접종 간격 단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도 “접종 간격을 늘렸던 건 결국 백신 공급 불균형 때문이었다”며 “공급이 원활해지면 2차 접종을 최대한 당기는 게 방역 상황에서도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는 데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란 의미다.

대상자도 단축 원하지만 관건은 백신 수급

8일 오후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루마니아와의 백신 협력으로 확보한 화이자·모더나 코로나19 백신 97만회분이 도착해 이송되고 있다. 뉴스1

8일 오후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루마니아와의 백신 협력으로 확보한 화이자·모더나 코로나19 백신 97만회분이 도착해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접종 대상자들도 접종 간격 단축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11일에 2차 접종을 앞둔 직장인 이모(25)씨는 “애초에 3~4주 간격으로 맞는 거였는데 늘린 거라 효과가 제대로 있을지 의문이었다”며 “접종 간격이 다시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월 2차 접종을 할 예정이라는 나모(28)씨도 “만약 접종 간격이 당겨지면 백신 인센티브를 더 일찍 받을 수 있으니 일정을 조율해 일찍 맞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접종 기간 단축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언제부터 시행할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0월 백신 수급이 불안정할 경우 접종 간격을 다시 늘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접종 간격 단축은 9∼10월 백신 수급 상황과 시기, 대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확정되는 대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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