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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사랑, 수사로 갚았다" 유재수 눈물…檢, 징역 5년 구형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지난 3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항공권과 오피스텔·골프빌리지 무상 사용, 아파트 대금 무상 대여, 책값 등은 ‘뇌물’이었을까, 지인들의 과한 호의였을까.

15일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승련·엄상필·심담) 심리로 열린 유재수(57)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유 전 부시장은 “저를 아들처럼, 친구처럼 응원해주던 지인들이 베풀어준 사랑을 고통스러운 수사를 받는 것으로 갚았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위암 투병 중으로 알려진 유 전 부시장은 수척해진 모습으로 법정에 나왔다.

유 전 부시장은 “사회적으로 겪은 고통에 비하면 명예와 건강을 잃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모든 것은 저 자신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대지 못한 제가 짊어져야 할 굴레”라고 과거를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검사가 주장하는 그런 사이(뇌물 수수 관계)는 아니고, 저는 부정행위를 하거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은 아니라고 꼭 말하고 싶다”고 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정책국장,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으로 근무하던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신용평가업체 회장 등 직무와 관련된 금융업계 관계자 4명에게 470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 등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포함된 향응에는 배우자의 항공권, 오피스텔 및 지인의 골프빌리지 무상 사용, 아파트 구입 자금 2억 5000만원 무이자 대여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1심은 일부 혐의를 인정해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1년 6월과 집행유예 3년, 벌금 9000만원과 추징금 4700여만원을 선고했다.

“김학의 사건에 견줘” vs “호의의 선물, 뇌물 아냐”

공교롭게도 결심 공판에서 검찰과 유 전 부시장 측이 자신들의 근거를 뒷받침할 판례로 내세운 사건은 모두 ‘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이었다.

구형의견을 밝히기에 앞서 이 사건을 담당한 이정섭 부장검사는 이 사건을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빗댔다. 그는 “검사와 스폰서 관계라는 김 전 차관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도 단순한 개인의 뇌물 사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장검사는 앞서 김 전 차관 사건의 공소유지를 맡았다.

그는 “이번 사건은 소위 ‘모피아(MOFIA·옛 재무부, 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말)’라 불리는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와 금융기관 종사자들 사이에서 이뤄진 일상적인 접대와 금품 수수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판결”이라며 “검사와 사업과의 관계보다 금융기관 종사자와 금융위 고위직의 직무 관련성이 더 밀접하고 막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해 1심 때의 구형과 같은 징역 5년과 추징금 4700여만원을 구형했다.

반면 최후변론에 나선 유 전 부시장의 변호인은 ‘진경준 검사장 사건’을 꺼내 들었다. 진 전 검사장은 대학 동기인 김정주 전 넥슨 대표로부터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무상으로 받거나 차량, 여행경비 등을 받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판결은 2심에서 뇌물이 인정됐지만, 대법원이 이를 파기했다.

유 전 부시장의 변호인은 “대법원은 이익 수수 당시 진 검사장에게 직무 권한이 있지 않았고, 청탁 등이 없었던 점을 들어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해석했다. 유 전 부시장도 4명의 공여자에게 이익을 받았을 당시 그들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 직위에 있지 않았고, 구체적인 청탁이 오간 적도 없으며, 단순히 친한 사이에서 오간 호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유 전 부시장 측은 일부 청탁금지법 혐의 외의 뇌물수수 혐의 등은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부시장의 항소심 선고는 11월 5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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