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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원대 8K TV 가능하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정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유럽과 아시아에 있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회사에서 연락을 자주 받습니다. 네덜란드 BESI 같은 굴지의 회사에서 기술 이전을 해달라는 요청입니다.”

전자통신연구원, 마이크로LED 신소재 개발 #“기존 2개 공정 합치면서 비용·시간 절감”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서 잇따른 러브콜

15일 중앙일보와 통화하던 최광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크로LED용 다기능소재단장은 이렇게 자랑부터 시작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TV나 노트북·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에 두루 적용되는 디스플레이 공정을 간소하게 압축했는데 생산비용까지 절감해서다. 시장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연구개발(R&D)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ETRI가 개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하는 접합 공정 장비 구조. [사진 ETRI]

ETRI가 개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하는 접합 공정 장비 구조. [사진 ETRI]

발광다이오드(LED)는 순방향으로 전류를 가하면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다. 이 가운데 매우 작은(10~100㎛)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를 마이크로LED라고 부른다. 액정디스플레이(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보다 색상이 선명하고 발광효율이 높으면서, 화면 색상과 밝기를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걸림돌이 있었다. 먼저 반도체 공정을 도입해 마이크로LED를 제조하고, 이렇게 만든 LED를 다시 디스플레이 패널로 옮겼다가(전사 공정), 심는(접합 공정) 과정을 거쳐야 해서다.

초고선명 8K TV(7680×4320화소)을 만들려면 마이크로LED를 1억 개가량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미세한 LED를 일일이 디스플레이 패널에 옮겨 심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디스플레이 제작이 필요한 소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가격도 비싸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올 3월 출시한 110형 마이크로LED TV의 판매가격은 1억7000만원이다.

소재비 1%, 장비투자비 10% 수준 

마이크로 LED의 실물(상단)과 ETRI의 공정을 거쳐 완성한 마이크로 LED 배열(하단). [사진 ETRI]

마이크로 LED의 실물(상단)과 ETRI의 공정을 거쳐 완성한 마이크로 LED 배열(하단). [사진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이트랩(SITRAB) ’이라는 신소재를 자체 개발했다. 사이트랩 필름에 마이크로LED를 접착하고, 여기 레이저를 쏘면 전사·접합 공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최광성 단장은 “전사와 접합 공정이 하나로 합쳐지면 공정이 줄어 장비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기술이 상용화하면 8K 마이크로LED TV(110형)를 현재의 20분의 1 수준인 850만원대에 공급 가능하다”고 말했다.

ETRI에 따르면 이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면 현재 양산 중인 디스플레이의 생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엄용성 ETRI ICT창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존 공정과 비교해 소재비는 1%, 장비 투자비는 10% 정도, 수리 비용 역시 1%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이 간소화하면서 불량률이 낮아지고 공정 중에 수리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양산 중인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공정은 고장 날 경우 수리가 불가능해 모두 폐기 처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비용 절감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유럽과 일본 업체에서 구애가 잇따른 것도 이런 경쟁력을 가져서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마이크로LED 시장은 연평균 65% 성장해 2027년께 710억 달러(약 82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최지훈 아큐레이저 대표는 “ETRI의 신기술은 고휘도(밝기)·저전력·저발열 등 기술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세계적 업체가 적용 중인 공정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ETRI는 이 기술을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에 공급하는 국내 장비소재 업체에 기술 이전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최 단장은 “세금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해외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며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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