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재명 위한 사사오입”…정세균표 무효처리에 일부 당원 부글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14일 밤 서울시 마포구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회에 참석해 리허설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14일 밤 서울시 마포구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회에 참석해 리허설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중도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그간 얻은 2만3000여표를 모두 무효 처리하기로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15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총 누적 투표수가 작아지게 되면서 선두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득표율이 기존 51.41%에서 53.71%로, 2위 이낙연 전 대표의 득표율은 31.08%에서 32.46%로 조정될 예정이다.

이상민 “정세균 표 무효처리”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선관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선관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정세균 후보가 얻은 표는 무효처리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그러면 정 후보가 얻은 투표수는 유효투표수에 포함되지 않게 계산하고, 그에 따른 과반수를 최종적으로 얻은 후보자가 당선되도록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는 민주당 특별당규에 명시된 ‘후보자의 사퇴’와 ‘당선인의 결정’에 관한 조항에 따른 결론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규정’ 특별당규 59조1항은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60조1항은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투표에서 공표된 개표결과를 단순합산해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이 규정을 두고 정 전 총리가 사퇴 전까지 얻은 투표수 2만3731표를 지금까지 누적된 전체 유효투표수(55만5988표)에서 제외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당 안팎의 해석이 분분했다. 득표율 계산에서 분모인 유효투표수가 작아지면 모든 후보 득표율이 소폭 상승하지만, 1등인 이 지사의 득표율 상승폭이 가장 크단 점에서 캠프별 유불리가 갈리는 문제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규정’ 특별당규 제59조와 제60조. 민주당 특별당규 캡처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규정’ 특별당규 제59조와 제60조. 민주당 특별당규 캡처

누적 투표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해석에 따르면 이 지사의 득표율은 기존 51.41%→53.71%로 2.3%포인트 상승하게 되는 반면, 이낙연 전 대표의 득표율은 31.08%→32.46%로 1.38%포인트 상승한다. 과반을 득표해야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할 수 있는 이 지사로선 이날 선관위 결정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론인 셈이다.

애초부터 “정 전 총리 표를 지금까지의 유효투표수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캠프 관계자)는 입장이었던 이 지사 측과 달리, 이 전 대표 측에선 이날 선관위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이낙연 캠프 핵심 관계자는 “선관위가 당규에 따라 내린 결정이니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결선투표 취지에 맞지 않는 비상식적인 처리 방식이다. 선거 후에 당규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후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후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당 게시판엔 “민주당판 사사오입” 반발 쇄도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도 “민주당판 사사오입”이란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선관위 결정 이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사사오입을 막으려고 만든 당이 사사오입을 하고 있다”, “전부 사퇴하고 한명만 남으면 100% 득표로 당선이냐. 이승만식 계산법을 민주당에서 볼 줄은 몰랐다”, “부정경선하는 민주당 정신 차려라” 등의 비판 글이 쇄도했다. 안 그래도 송영길 대표가 이 지사를 밀어준다는 ‘이심송심’ 논란이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 퍼져있는 가운데, 경선룰까지 이 지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다는 반발이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이상민 위원장은 “당 게시판에 ‘사사오입’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사오입과 이건 관계 없다. 모든 후보들 득표율이 조금씩 올라간다”고 반박했다.

한편 전날(14일) 오후 모집이 종료된 민주당 3차 선거인단 규모는 총 216만5475명으로 잠정 집계돼 2017년 대선 경선 선거인단(214만4840명)보다 많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이의신청을 받은 뒤 최종 선거인을 확정할 계획이며, 재외국민 선거인단은 오는 26일까지 모집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