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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인대 파열' 삼성 박해민…진짜 뛸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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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화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손가락을 다친 박해민. [사진 삼성 라이온즈]

지난 12일 한화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손가락을 다친 박해민. [사진 삼성 라이온즈]

왼 엄지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외야수 박해민(31·삼성)은 정말 경기에 뛸 수 있는 걸까.

허삼영 삼성 감독은 14일 대구 LG전에 앞서 박해민의 손가락 인대 파열 소식을 전했다. 박해민은 12일 한화와의 원정 더블헤더(DH) 1차전에서 정은원의 중견수 방면 짧은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다 왼 엄지를 접질렸다. 포구 순간 글러브를 낀 왼손이 땅에 부딪히면서 꺾였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곧바로 대전에서 1차 검진을 진행했다. 주말이라 가까스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 가능한 개인병원을 수소문했고 검진 결과 인대 손상(파열)이 확인됐다. 하루 휴식 뒤인 14일 대구에서 두 차례 재검진을 거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병원에서 권장하는 건 수술이다. 하지만 인대 파열 수술은 재활 치료 후 복귀까지 최소 두 달이 걸린다. 지난해 9월 수비 도중 손가락이 꺾였던 한동민(SSG)은 왼 엄지 척골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박해민도 잔여 일정을 고려하면 수술대에 오르는 순간 시즌 아웃 수순을 밟게 된다.

인대(ligament)는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는 결합조직이다. 부상 정도에 따라 등급(그레이드)이 1~3단계로 나뉘는데 파열은 가장 심각한 3단계에 가깝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수술을 할지 재활을 할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박해민이 가을 야구에서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주 강하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도 "박해민이 포스트시즌을 뛰고 싶어한다. 지켜보다가 상태가 괜찮아지면 주사라도 맞고 뛰길 원한다"고 말했다. 리그 2, 3위를 다투는 삼성은 6년 만에 포스트시즌(PS) 진출이 유력하다. 박해민은 2015년 한국시리즈 출전이 마지막 PS 경험이다.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는 만큼 가을 야구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계약과 직결된다.

A 구단 트레이너는 "인대나 힘줄 파열은 골절 다음으로 큰 부상이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완전 파열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하지 않고 테이핑을 하고 통증 주사를 맞고 진통제까지 먹으면 경기를 뛸 순 있다"고 전했다. 보통 통증 완화 목적으로 미국은 코르티손, 한국의 경우 트리암이라고 불리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주사를 맞는다. 다친 손가락 주변에 집중적으로 주사를 처방해 통증을 잠시 잊게 한다. 임시방편에 가깝다.

B 구단 트레이너도 "선수의 의지가 강하다면 경기를 뛸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박해민과 비슷한 사례도 있다. NC 박민우는 2014년 6월 3일 경기 중 2루에 출루한 뒤 견제 귀루 동작에서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왼 엄지로 땅을 짚다가 꺾임이 발생해 내측 측부 인대가 파열됐다. 하지만 경기 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해 부상을 안고 시즌을 끝까지 치렀다. 수술은 시즌이 완전히 끝난 다음에야 받았다.

5월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7회 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삼성 박해민이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기뻐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5월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7회 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삼성 박해민이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기뻐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관건은 역시 통증이다. NC 구단 관계자는 "당시 박민우는 타격할 때마다 손가락이 울려서 제대로 된 스윙을 하는 게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박해민이 다친 왼 엄지는 타격할 때마다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글러브를 끼는 손이어서 수비할 때 불편함이 더 클 수 있다.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도루나 다이빙 캐치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A 구단 트레이너는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사용하다 보면 자칫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부종도 잘 안 빠질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올 시즌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374타수 108안타), 5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4할에 육박하는 출루율(0.382)로 공격의 활로를 뚫어내는 1번 타자 역할을 맡았다. 최근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에서도 부동의 1번 타자로 맹타를 휘둘렀다. 대회 타율이 무려 0.440(25타수 11안타)으로 20타수 이상 소화한 선수 중 타격 1위였다. 대회 베스트 나인에 선정될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팀 내 대체 선수를 찾기 힘들다. 김성표, 박승규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대안이지만 경험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아직 부족하다. 삼성이 박해민의 수술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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