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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왕이, 文대통령 면전서 '공자' 말씀… "미·중 사이 선택 압박"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비공개로 접견한 자리에서 “2018년 평창에서 시작한 동북아 3국의 릴레이 올림픽이 2022년 베이징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이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도록 징계한 상황에서도 내년 2월 올림픽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왕이 부장은 이에 대해 “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정치적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는 걸 강조한 셈이다.

왕 부장은 이에 앞서 공개 인삿말에서부터 문 대통령의 면전에서 압박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내년은 중ㆍ한(한ㆍ중)수교 30주년”이라며 “공자(孔子)는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을 했다. 3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 발전에 성공적 경험을 정리하고, 앞으로 30년 양국 관계 발전을 잘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논어(論語)에 나오는 삼십이립은 “서른 살이 되어 흔들리지 않는 뜻을 세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왕 부장은 이어 “양국은 비록 나라 상황이 다르지만 상대방이 선택한 발전도(길)를 걷는 것을 지지하고 상호 존중하며, 상대방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관심 사안에 대해 상호 존중하고, 각자 민족의 문화를 존중하고, 국민 정서를 상호 존중하는 전통을 가져왔다”며 “앞으로 이런 전통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이것은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존중’을 강조한 그의 말을 두고 외교가에선 "남중국해와 대만ㆍ홍콩 문제를 비롯해 신장 위구르, 티벳 인권 탄압 등 미국과 갈등을 빚는 지점들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에 밀착하는 상황에 대해 중국이 공식 채널을 통해 시 주석의 분명한 경고나 압박을 담은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며 “‘삼십이립’이라는 표현도 한국 정부가 미ㆍ중 사이에서 ‘분명한 입장을 세우라’는 압박에 가까운 말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 공개한 발언록에는 미ㆍ중 갈등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은 포함돼 있지 않다.

2019년 6월 20일 평양 5·1 경기장의 집단 체조 공연 관람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출연진을 격려한 뒤 주석단으로 올라가고 있다. 신화통신

2019년 6월 20일 평양 5·1 경기장의 집단 체조 공연 관람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출연진을 격려한 뒤 주석단으로 올라가고 있다. 신화통신

문 대통령은 다만 “그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기여를 평가한다”면서도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대화에선 “최근 한ㆍ미 양국이 지속적으로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인도적 지원 등 다양한 대북 관여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직접 소개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체로 한·미를 앞세운 모양새로, 중국에 대해선 “북한의 대화 복귀 견인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과 지속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 환담을 앞두고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공식 참석 요청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왕 부장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대로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해서 소통해 나가자”는 기존의 입장 외에 별도의 올림픽 초청 의사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발언 역시 “내년 한ㆍ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더 성숙한 한ㆍ중관계의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시 주석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요청하는 정도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반면 “대기오염 문제는 양국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양국의 대기 질이 가시적으로 개선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당국간 소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며 중국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환경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시 주석도 녹색ㆍ지속가능 발전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최근 베이징의 공기질도 좋아졌다”고 답했다.

2018년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끝난 뒤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왼쪽부터)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끝난 뒤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왼쪽부터)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또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상대국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ㆍ드라마ㆍ영화 등에 대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를 요구한 것이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한 중국측의 반응은 소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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