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공원'이 준 힌트···멸종한 매머드 복제 프로젝트 착수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16:15

업데이트 2021.09.15 16:20

4000년전 멸종한 매머드의 모습. 미국에서는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한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4000년전 멸종한 매머드의 모습. 미국에서는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한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를 현대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해 복제하는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매머드 복원 연구를 진행 중인 생명·유전공학 회사 컬라슬이 1500만 달러(약 176억원)를 투자받아 출범했다고 보도했다.

매머드 복원 연구에 1500만 달러 투자

컬라슬에는 하버드 의과대학 유전학과의 조지 처치 교수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했다. 조지 처치 교수 연구팀이 매머드 복원에 손을 댄 건 8년 전이다. 시베리아 툰드라의 화석에 갇힌 매머드의 뼈와 사체를 가져다 유전자(DNA) 염기서열의 일부를 분석해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하면서 매머드 복원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된 3만년전 매머드 골격. 중앙포토

세계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된 3만년전 매머드 골격. 중앙포토

컬라슬의 목표는 고대 매머드를 그대로 복제해내는 게 아니다. 연구팀이 매머드 잔해에서 추출한 DNA는 파편적이고 손상돼 있어 염기서열 공백이 많은 상태다. ‘완전한 복제’는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대신 아시아 코끼리의 피부 세포를 채취해 매머드 DNA 염기서열 공백을 메꾸는 방법을 택했다. 컬라슬이 복원하려는 매머드는 사실상 아시아 코끼리-매머드 혼종인 것이다.

이는 1993년 개봉한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소개된 공룡 복원 방식과도 비슷하다. 영화에서는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나무 수액에 갇혀 화석화 된 것을 찾아내, 공룡의 피를 채취하고 DNA 염기서열 일부를 얻었다. 염기서열의 공백은 개구리 DNA로 메워 완벽한 유전자 코드를 생성해내는 과정이 소개됐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외화 '쥬라기공원'의 한 장면. 화석에 갇힌 모기에서 추출한 공룡피와 개구리의 DNA로 살아있는 공룡을 복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앙포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외화 '쥬라기공원'의 한 장면. 화석에 갇힌 모기에서 추출한 공룡피와 개구리의 DNA로 살아있는 공룡을 복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앙포토

"지구온난화 막는데 매머드가 중요한 역할할 것"

NYT에 따르면 연구팀은 코끼리-매머드 유전자 코드가 완성되면 인공 자궁을 통해 태아를 키우게 된다. 처치 교수는 “처음에는 암컷 코끼리에 매머드 배아를 이식해 대리모 출산을 할 생각이었지만, 너무 많은 대리모 코끼리를 필요로 하는 비실용적 방식이라 계획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태어난 코끼리-매머드는 덥수룩한 털과 작은 귀, 10㎝의 두꺼운 지방층, 돔형 두개골 등 매머드와 똑같은 외모를 가질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거대한 엄니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없앨 계획이다. 연구팀은 “6년 뒤에 첫번째 코끼리-매머드 새끼를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컬라슬은 “우리는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 때문에 매머드를 복제하는 게 아니다”며 “지구 온난화를 막는데 매머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시베리아 툰드라에는 이끼가 대다수지만, 과거 매머드가 많을 때는 큰 나무는 매머드가 쓰러뜨리고 이끼는 밟아 없애 수풀이 우거진 초원이 형성됐었다”며 “매머드를 복원함으로써 툰드라를 초원으로 되돌리고, 이 초원이 시베리아 토양 침식을 방지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러시아 하바로브스크 박물관에 전시된 매머드 모형. 중앙포토

러시아 하바로브스크 박물관에 전시된 매머드 모형. 중앙포토

과학계 "실현 불가능한 계획"

과학계는 처치 교수 연구팀의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자연사박물관의 진화생물학자인 빅토리아 헤리지 박사는 “매머드 무리를 복원해 북극 환경을 복원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과거 매머드 전성기에 유라시아대륙에 약 2억 마리의 매머드가 있었다”면서 “당시와 같은 상황을 재현하고 싶다면 실험 규모가 엄청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고생유전학센터 러브 달렌 교수는 “처치 교수의 연구 결과물은 사실상 매머드가 아닌 ‘털과 지방이 많은 코끼리’일 것”이라며 “아시아 코끼리와 매머드는 인간과 침팬지만큼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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