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었다"…최재형 '캠프 해제' 막전막후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16:09

업데이트 2021.09.15 16:20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3일 부산 부전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3일 부산 부전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아침 최재형 캠프 사무실이 자리 잡은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10층은 조용했다. 오전 8시 30분에도 다섯 명 정도만 출근했다. 평소라면 오전 8시부터 캠프 본부장 회의가 열리는 등 분주했겠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전날 밤늦게 ‘캠프 해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은 오전 9시 30분쯤 캠프 사무실에 들러 실무진 한 명 한 명과 인사하고 “그동안 수고했다. 계속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기자와 만나 “앞으로 기동성 있게 소수 인원으로 (선거 운동을) 할 생각”이라며 “저 본인이 바뀌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페이스북에 “죽을 각오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고 썼다.

최 전 원장은 전날 아침 김선동·우창록 공동총괄본부장에게 “캠프를 해체하고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며 ‘캠프 해체’를 처음 언급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맞다”며 동의했다. 최 전 원장은 그리고 당일 오후 10시쯤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전격적으로 공식화했다. 김종혁 언론미디어본부장은 “1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1차 컷오프 결과가 나온 된 뒤 캠프 해체를 발표하면 경질성으로 비칠 수 있어서 빠르게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달 28일 비공개 개인 일정으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최재형 캠프 제공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달 28일 비공개 개인 일정으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최재형 캠프 제공

캠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 전 원장은 최근 캠프 본부장들에게 “캠프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우려를 종종 표출했다고 한다. 캠프에선 “다양한 인사들이 들어오면서 최 전 원장이 본래 의도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선거 운동이 진행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한다. “최 전 원장이 기성 정치 문법을 힘들어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캠프의 실무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은 기성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기성 정치 방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의도치 않은 일정이 갑자기 포함되거나, 최 전 원장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 발언과 행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박대출 전략본부장은 “최 전 원장이 선거 운동을 하면서 본래 모습을 잃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캠프 해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캠프 전체가 해산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한다. 김선동 본부장도 이날 오전 실무진들에게 “실무진들은 크게 바뀌지 않을 테니 계속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캠프의 간부급이라고 할 수 있는 본부장 구성은 최 전 원장이 원점에서 다시 구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선동 본부장은 최 전 원장을 계속 도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경선 예비후보(왼쪽)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부동산 분야 정책비전 발표에 앞서 캠프 공동총괄본부장으로 임명된 김선동 전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경선 예비후보(왼쪽)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부동산 분야 정책비전 발표에 앞서 캠프 공동총괄본부장으로 임명된 김선동 전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캠프 관계자는 “야구에도 팀 해체 후 재창단을 말하지 않냐. 그런 리빌딩(rebuilding) 개념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이 ‘인적 쇄신’ 등의 표현 대신 ‘캠프 해체’라는 센 표현을 사용한 건 ‘배를 산으로 이끌었던’ 인사들을 털고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캠프 내의 해석도 나온다.

최 전 원장은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우창록 본부장은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큰 규모의 캠프는 안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16일 국민의힘 경선 후보 TV 토론회에 참석한다. ‘캠프 해체’ 뒤 첫 일정이다. 캠프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본인에게 맞는 옷’을 강조했는데, 본인 스타일대로 하는 첫 일정이다. ‘최재형 스타일’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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