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10년 묵힌 시나리오… 코인판·OTT 덕에 빛 봤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16:04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빚더미에 견디다 못한 456명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목숨을 건 게임을 시키는 내용이다. 17일 공개된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빚더미에 견디다 못한 456명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목숨을 건 게임을 시키는 내용이다. 17일 공개된다. 사진 넷플릭스

어린이들의 단순한 게임이 어른들에겐 목숨을 건 게임이 된다.

17일 공개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1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은 빚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모아놓고 '465억'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 탈락하면 목숨을 잃는, 진짜 '서바이벌'이다. 게임을 중간에 거부해도 탈락으로 처리돼 죽게 된다.

15일 진행된 ‘오징어 게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처음 썼던 2008년에는 저도 빚만 있고 힘들게 살던 때라 ‘이런 게임이 있다면 참가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썼다”며 “‘오징어 게임’에서 그리는 말도 안되는 일확천금의 상황이 현실에서 코인 등으로 일어나는 지금이 이 게임에 더 어울리는 세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엔 ‘낯설다’, 2019년엔 ‘현실 같다’

황동혁 감독이 2008년 처음 구상했던 '오징어 게임'은 2019년부터 제작에 들어가 2021년 빛을 보게 됐다. 감독은 "서바이벌이라 잔인한 장면이 빠질 수 없지만 납득 가능한 선을 유지하려고 했고, 넷플릭스는 제작 과정의 수위를 크게 제한하지 않아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이 2008년 처음 구상했던 '오징어 게임'은 2019년부터 제작에 들어가 2021년 빛을 보게 됐다. 감독은 "서바이벌이라 잔인한 장면이 빠질 수 없지만 납득 가능한 선을 유지하려고 했고, 넷플릭스는 제작 과정의 수위를 크게 제한하지 않아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은 2007년 '마이 파더'로 데뷔한 뒤 2011년 '도가니', 2017년 '남한산성' 등을 쓰고 찍은 감독이다. ‘오징어 게임’은 2009년 대본을 완성하고서 10년 넘게 묵힌 작품이다. 황 감독은 “당시에는 낯설고, 어렵고, 잔인하고, 상업성이 있겠냐며 투자도 잘 안되고 캐스팅도 안됐다”며 “오히려 10년 지나 다시 꺼내보니 ‘너무 재밌고 현실감 든다’는 반응이 많아서 2019년에 시나리오를 확장하고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이 세상의 빛을 본 건 OTT의 덕도 있다. 황 감독은 “서바이벌 게임을 표현하면서 잔인한 요소가 빠질 수 없는데, 제작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수위에 제약을 두지 않아서 창작자로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가 99%를 지배하는 사회에선 모두가 을”

'성기훈' 역을 맡은 이정재는 "극중에서 계속 똑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오는 데 지쳐서, 간담회에는 브로치도 반짝반짝하게 달고 정장을 입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황동혁 감독은 이정재를 주인공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늘 멋있는 역할만 했지만, 그 뒤에 언뜻언뜻 보이는 인간적인 면을 제대로 드러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넷플릭스

'성기훈' 역을 맡은 이정재는 "극중에서 계속 똑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오는 데 지쳐서, 간담회에는 브로치도 반짝반짝하게 달고 정장을 입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황동혁 감독은 이정재를 주인공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늘 멋있는 역할만 했지만, 그 뒤에 언뜻언뜻 보이는 인간적인 면을 제대로 드러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넷플릭스

456명의 사람들이 똑같은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형광분홍색 옷을 입은 감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대한 게임장에 모여 단순한 규칙의 게임을 한다. 제목 ‘오징어 게임’은 감독이 어린 시절 했던 게임 중 가장 격렬하고 몸을 많이 쓰는 게임이자, 경쟁에 내몰린 현대사회를 상징적으로 빗댄 게임이다.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성기훈, 조상우를 연기한 이정재와 박해수. 황동혁 감독은 "둘을 이란성 쌍둥이처럼 비슷하면서도 대비되게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성기훈, 조상우를 연기한 이정재와 박해수. 황동혁 감독은 "둘을 이란성 쌍둥이처럼 비슷하면서도 대비되게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변변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채 도박 빚을 감당하지 못해 게임에 뛰어드는 '성기훈'(이정재), 성기훈과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수재였지만 투자회사에 다니다 한순간에 빚더미에 앉은 '조상우'(박해수)는 황 감독이 '이란성 쌍둥이처럼 표현하고 싶었던' 인물들이다. 감독은 "누구는 못 살고, 누구는 잘살게 됐다가도 결국 같은 게임장 안에 같은 트레이닝 복을 입고 마주친다"며 "1%가 99%를 지배하는 경쟁사회에서는 모두가 약자, 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둘을 나란히 비추며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게임보다 사람, 승자보다 패자에 집중한 작품”

'오징어 게임'의 허성태, 위하준 배우와 황동혁 감독. 허성태는 "'남한산성'때는 만주어로만 연기했는데, 황 감독과 한국어로 연기해보고 싶었다"며 "'조폭 역할 많이 하셨을텐데 또 조폭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하셨는데,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라고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허성태, 위하준 배우와 황동혁 감독. 허성태는 "'남한산성'때는 만주어로만 연기했는데, 황 감독과 한국어로 연기해보고 싶었다"며 "'조폭 역할 많이 하셨을텐데 또 조폭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하셨는데,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라고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1화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1970~80년대 운동장과 골목길에서 하던 어린이들의 게임을 가져왔다. 게임의 규칙이나 해법을 찾는 데 시간과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 황 감독은 "게임 자체보다 게임을 헤쳐나가는 사람에 집중했다"고 설명한다.

뉴욕에서 모델 활동을 하며 패션위크를 준비하고 있던 정호연은 "소속사의 요청으로 급하게 오디션 영상을 찍어보냈는데 직접 미팅이 잡혀서, 뉴욕 스케줄을 다 바꾸고 한국에 와서 오디션을 봤다"고 했다. 황 감독은 "수많은 오디션을 보고도 '새벽' 역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호연의 영상을 보고 '이 사람이 새벽을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실제로 보자고 했고, 예감이 맞았다"고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뉴욕에서 모델 활동을 하며 패션위크를 준비하고 있던 정호연은 "소속사의 요청으로 급하게 오디션 영상을 찍어보냈는데 직접 미팅이 잡혀서, 뉴욕 스케줄을 다 바꾸고 한국에 와서 오디션을 봤다"고 했다. 황 감독은 "수많은 오디션을 보고도 '새벽' 역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호연의 영상을 보고 '이 사람이 새벽을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실제로 보자고 했고, 예감이 맞았다"고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황 감독은 "보통의 서바이벌은 승자가 어떻게 이겨나가는가에 초점을 맞추지만, '오징어 게임'은 승자보다 패자에 집중한 작품"이라며 “경쟁을 지켜보는 즐거움 이후, 왜 이렇게 경쟁해야 하는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등 근본적 물음을 가져봤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CG를 최소한으로 쓰고 실제 세트장을 거대하게 구현해 "세트장 가는 날이 굉장히 기대됐다"(이정재), "콜로세움 같다"(오영수), "미술팀에 박수친 건 이번이 처음"(허성태) 등 참가자들을 압도하는 촬영장이 탄생했다.

황 감독은 “기후위기 등으로 30년 후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기라는데 그런 맥락에선 매일 살아가는 게 이미 서바이벌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혹 게임에 참가해 상금을 받게 된다면, 456억을 써서 시즌 2를 혼자서라도 만들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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