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자해뒤 "마약에 취했다"…집권 꿈꾸던 그녀에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14:47

업데이트 2021.09.15 15:25

지난 3월 13일 쿠데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자니네 아녜스 전 볼리비아 임시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3월 13일 쿠데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자니네 아녜스 전 볼리비아 임시대통령. AFP=연합뉴스

 권력다툼의 끝은 파멸인가. 지난 3월부터 쿠데타 혐의로 수감 중인 자니네 아녜스(54) 전 볼리비아 임시대통령이 마약에 취한 상태로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아녜스가 옥중에서 자해를 시도해 병원에 긴급 이송된 지 한 달 만이다.

"볼리비아 前 임시 대통령 심신미약 상태"

아녜스의 변호를 맡은 호르데발다는 9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아녜스는 주치의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의식장애를 겪으며 극심한 심신미약 상태”라고 주장했다. “감옥에서 아녜스에게 뭘 주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서다. 이반 리마 법무부 장관은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른 대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1년 만에 무너진 꿈…쿠데타, 대량학살 혐의로

지난해 9월 17일 성경을 들고 임시대통령을 선언한 아녜스.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17일 성경을 들고 임시대통령을 선언한 아녜스. AP=연합뉴스

볼리비아 우파 야당 민주사회주의운동 소속 상원부의장이던 아녜스는 지난 2019년 10월 임시대통령에 취임했다. 현직이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부정선거 논란 끝에 멕시코로 망명하면서다. 아녜스는 “평화롭고 민주적으로 볼리비아를 전체주의 국가로 만들었던 상황을 철폐할 수 있길 바란다”며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재선거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쿠데타로 축출됐다’는 모랄레스의 주장에 대해선 “쿠데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의 권력은 1년도 채 가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다시 치른 선거에서 모랄레스가 후계자로 지명한 사회주의운동당(MAS) 소속 루이스 아르세(57)가 승리하면서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엔 쿠데타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됐고, 8월엔 테러 및 대량학살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지난 2019년 모랄레스가 망명한 뒤 그의 지지자들이 시위에 나섰다가 강경 진압으로 37명이 숨진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아녜스가 이끄는 임시정부는 모잘레스에 대해서도 테러선동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적 있다.

국가인권단체는 핑퐁 게임하듯 서로를 고발한 이들을 보고 사법부를 활용한 정치보복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휴먼라이츠워치 책임자인 호세 미구엘비반코는 “아녜스의 집권 기간 발생한 대규모 유혈사태에 대해선 책임질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에 대해 노골적으로 대량학살 혐의를 적용하는 것 역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실규명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아니라 정치보복일 뿐”이라면서다.

“사법부 활용한 정치보복” 인권단체 우려  

아녜스 지지자들이 지난 9월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녜스 지지자들이 지난 9월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녜스는 지난 6개월간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수차례 진료를 받았다. 최근엔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난 3일 기각됐다. 발다 변호사는 “아녜스는 (앞으로 열릴) 재판을 환영한다. 다만 공정하고 독립적인 법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전부”라고 강조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국가적 단합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를 비판하는 인사들을 탄압한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배후에 모잘레스 전 대통령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볼리비아의 언론인이자 정치분석가인 라울 페냐란다는 “두 사람은 2025년 대선 출마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면서 “최근 몇 달 동안 거의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아르세가 대통령이고 그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모랄레스는 지난 2006년 1월 원주민 최초 대통령으로 14년 가까이 집권했다. 장기 집권을 노리고 2017년 2월 대통령 임기 제한 폐지안을 담은 국민투표를 했다가 51대 49로 패배했지만, 위헌 결정을 받아내고 2019년 4선에 도전했다. 그러나 부정선거 논란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멕시코를 거쳐 아르헨티나로 망명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MAS가 다시 집권하면서 그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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