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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기방지앱 깔라더니···블룸버그 접속하자 경찰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중국 공안부 사기방지센터가 제작 출시한 사기방지 애플리케이션 소개 페이지. [애플 앱스토어 캡처]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중국 공안부 사기방지센터가 제작 출시한 사기방지 애플리케이션 소개 페이지. [애플 앱스토어 캡처]

중국 공안부가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해외 금융 뉴스 사이트에 접속한 일반 중국인의 신원을 확인·심문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지난 3월 공안부 국가 사기방지센터가 출시한 ‘사기방지 앱’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 차단, 악성 코드 신고, 사기 예방 강좌 등의 기능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中 경찰 “최근 해외 사 기사건 급증”

애초 중국 경찰은 최근 중국인과 대만인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사기 사건이 급증함에 따라 대처를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앱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공안부는 해당 앱 설치를 권고하는 데 그쳤지만, 많은 지방 정부와 공기관들은 공무원과 학생, 세입자 등 관할 지역 주민들에게 사기방지앱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미국 금융 뉴스 사이트에 접속한 뒤 곧 현지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고 FT가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기방지앱 이용자는 경찰이 외국발 사기를 진정으로 우려하는 듯 보였다면서도 “하지만 경찰은 내게 외국인과의 접촉 여부를 물었고, 외국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처럼 느끼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을 만난 뒤 사기방지앱을 곧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접속하자 경찰이 사흘간 추궁

산둥성의 또 다른 앱 사용자는 블룸버그를 포함해 ‘매우 위험한’ 해외 정보 제공자로 분류된 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사기방지앱’이 알린 뒤 나흘 연속으로 경찰의 추궁 전화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이 ‘위험’ 딱지를 붙인 블룸버그(앱)를 제거했는데 후속 조치는 없었다”며 “당국은 해외 웹사이트가 보이스 피싱과 연루됐다고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아파트를 임대하거나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사기방지 앱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앱을 설치하지만 통화 기록, 문자 메시지, 대화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포함해 총 29개의 권한을 허용하는 것이 꺼림칙해 한다고 FT는 보도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한 마케팅 매니저는 “사기를 막겠다면서 개인 생활의 시시콜콜한 면까지 당국이 들여다보도록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공안부가 제작한 사기방지 앱의 사생활 침해 불만은 출시 직후부터 제기됐다. 홍콩의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매체 이니티움 미디어(端傳媒)는 지난 4월 23일 “앱을 설치하면 사기 정보나 전화에 대한 경보가 표시되고, 휴대폰 안의 모든 앱을 검색하는 ‘위험 자체 검사’ 기능을 갖고 있다”며 “사용자 게시판에는 ‘무소불위 권력의 산물’이라는 비난이 많다”고 보도했다.

2003년 ‘황금 방패 공정’부터 인터넷 감시

중국의 인터넷 감시 역사는 오래됐다. 지난 2003년 ‘황금 방패(金盾·금순)공정’으로 불리는 ‘전국공안공작정보화공정’이 시작됐다. 공안부는 현재 중국 인구 96% 이상의 정보를 공안데이터뱅크에 수집한 상태다. 이후 ‘천망(天網)’ ‘설량공정(雪亮工程)’  ‘평안성시(平安城市)’ 등 목소리·안면 인식과 수집한 빅데이터를 통해 중국 전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고 이니티움은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발발 이후에는 ‘건강코드’, ‘밀접 접촉자 측정기’ 서비스 등을 통해 전화번호와 신분증 번호 등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의료 기록까지도  공유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9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인터넷 사기 퇴치에 대한 중요 지시를 발표하고 금융·전화·인터넷 업계 관리·감독 주체의 책임을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FT의 보도가 나가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반박에 나섰다. 신문은 15일 사기방지앱을 내려받은 범죄 조직원의 아버지가 아들과 통화한 뒤 앱의 경고 덕에 범죄 조직이 노출됐고, 산둥성의 한 남성은 사기방지앱 경보음이 싫다고 삭제한 직후 20만 위안(3600만원)의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특히 해당 앱이 보급된 이후인 지난 6월과 7월 관련 사건이 12% 감소했다면서 FT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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