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 아닌 트럼프" 사고칠까...中에 은밀한 전화 건 美합참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13:19

업데이트 2021.09.15 13:29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과 직접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과 직접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를 몇 달 앞두고 돌발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중국과 두 차례 비밀 전화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핵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피하려고 본인 주재의 비밀회의도 소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WP 밥 우드워드, 신간서 공개 비화

워싱턴포스트(WP)의 밥 우드워드 부편집자와 로버트 코스타 기자가 조만간 내놓을 저서 '위기(Peril)'에 담긴 내용이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 200여 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이 책에선, 지난해 대선 전후 극도로 불안정했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돌발행동에 대비한 밀리 의장의 은밀한 행적이 담겼다.

14일(현지시간) WP와 CNN 등이 일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밀리 의장이 리줘청 중국 합참의장에게 전화한 건 지난해 10월 30일이다. 미국 대선 나흘 전이다. 당시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군사훈련 등으로 양국 간의 긴장은 최고조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일 중국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여갔다.

그러자 중국은 조만간 미국이 공격을 감행할 게 분명하다고 믿었다. 이 정보를 감지한 밀리 의장이 리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국 정부는 안정적이고 모든 게 잘 될 것이다. 우리가 당신들을 상대로 어떤 작전을 수행하거나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또 리 의장과의 5년 친분을 강조하며 "우리가 공격하면 미리 전화해 알려주겠다. 갑작스러운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통화는 지난 1월 8일에 이뤄졌다. 바로 이틀 전 극우세력의 의회 폭동으로 미국 사회 전체가 대혼란에 빠졌던 시기다.

밀리 의장은 "우리는 100% 안정돼 있다. 모든 게 괜찮지만, 민주주의는 가끔 허술할 때도 있다"며 리 의장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밀리 의장, 핵 발사 막기 위한 비밀회의 소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1월 백악관에서 이란 공습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뒤에서 마크 밀리 합참의장(오른쪽)과 제임스 맥콘빌 육군참모총장이 그의 이야기를 듣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1월 백악관에서 이란 공습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뒤에서 마크 밀리 합참의장(오른쪽)과 제임스 맥콘빌 육군참모총장이 그의 이야기를 듣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시 밀리 의장은 트럼프가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쇠락해져 있다고 판단했다. 밑도 끝도 없이 선거에 대한 음모론을 이야기하고, 툭하면 주변 사람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결국 이날 밀리 의장은 펜타곤 집무실에서 비밀회의를 소집했다. 핵무기 발사 등 여러 군사행동의 절차를 검토한 뒤, 전쟁 상황을 책임지는 국가군사지휘센터의 고위 간부들 한명 한명을 붙잡고 명령을 내렸다. 자신을 거치지 않으면 어떤 명령도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 내에선 트럼프가 대선에 불복하며 실제 핵전쟁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밀리 의장에 전화해 과연 미국의 핵무기가 안전한지 다그쳐 물었다. 그는 "핵 공격이든 어떤 종류의 공격이든 어떤 불법적이거나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110% 보장한다"고 답했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부터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하자, 그 역시 "모든 말에 동의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CIA 국장 "트럼프가 이란 공격할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4월 28일 첫 의회 연설을 한 뒤 단상에서 내려오며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4월 28일 첫 의회 연설을 한 뒤 단상에서 내려오며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본 것은 밀리 의장뿐이 아니었다. 지나 해스펠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밀리 의장에게 "모든 것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며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도 밀리 의장에게 "그가 너무 어두운 곳에 있다"며 걱정을 했다. 그러자 밀리 의장은 "우리는 4개의 엔진 중 3개가 꺼진 비행기를 타고 있다. 착륙 장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킬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밀리 의장은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NSA) 국장과 해스펠 CIA 국장에게 모든 안보 상황을 잘 지켜보라고 지시했다.

책의 저자들은 이런 밀리 의장의 행적을 두고 자신의 지위를 남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행동을 국제질서의 파괴, 우발적인 전쟁, 핵무기 사용 등을 확실히 막기 위한 선의의 예방조치라고 믿었다고 평가했다.

밀리 의장은 정권이 바뀐 뒤에도 합참의장 자리를 유지하며, 최근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을 이끌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정권에서 밀리 의장의 판단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높이 샀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 직전 밀리 장군을 불러 "그간 당신이 무슨 일을 겪었고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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