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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웃겨 연습이 끊긴다는 오페레타 '박쥐'… "코로나 시대 위로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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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세토 오페라단의 오페레타 '박쥐' 2018년 공연 장면. [사진 베세토 오페라단]

베세토 오페라단의 오페레타 '박쥐' 2018년 공연 장면. [사진 베세토 오페라단]

유럽의 오페라 극장들은 매년 12월 31일 오페레타 ‘박쥐’를 공연하곤 한다. 우스꽝스럽고 복잡한 스토리가 한바탕 웃음으로 끝나는 해방감 때문이다. 음악평론가 이용숙은 “화려한 춤과 음악, 유머 넘치는 대사들이 한 해의 근심과 고통을 털어버리게 해준다”고 했다.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공연하는 베세토 오페라단 #강화자 단장, 메조 소프라노 송혜원 인터뷰 #"비극 오페라 많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도 존재"

줄거리는 전형적이고 세속적이다. 돈 많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꽁무니를 쫓아다니고, 그의 아내는 외도 중이며 결국엔 둘의 비밀이 전부 밝혀진다. 하지만 끝까지 경쾌하다. 서로 용서하고, 모두가 샴페인을 예찬하며 무대 막이 내린다. 음악이 오페라보다 가볍고 내용은 풍자적인 오페레타(operetta, 작은 오페라)의 전형이다.

오스트리아 대표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1873년 완성한 ‘박쥐’가 이달 24ㆍ25일 한국 공연된다. 1997년 창단한 베세토 오페라단의 무대다. 오페라단의 강화자 단장은 1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코로나로 우울한 관객들이 이 기회에 크게 웃고 가벼워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베세토 오페라단의 강화자 단장(왼쪽)과 오페레타 '박쥐'에 오를로프스키 공작으로 출연하는 메조 소프라노 송혜원. 김호정 기자

베세토 오페라단의 강화자 단장(왼쪽)과 오페레타 '박쥐'에 오를로프스키 공작으로 출연하는 메조 소프라노 송혜원. 김호정 기자

이번 무대의 연출을 맡은 강화자 단장은 ‘박쥐’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87년 국립극장 무대에서 ‘박쥐’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의 한국 초연은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공연이지만, 강 단장도 오페레타가 생소하던 한국에 ‘박쥐’를 소개하는 데 한몫 했다. 그는 “미국 맨해튼 음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박쥐’를 보고 정말 재미있어 충격받았다”고 했다. 미국에서 악보를 직접 구입해 한국에 들여왔다.

강단장은 메조 소프라노로 수많은 오페라 무대에 섰던 성악가였다. “메조의 가장 큰 꿈은 비제 ‘카르멘’의 카르멘, 생상스 ‘삼손과 데릴라’의 데릴라, 베르디 ‘아이다’의 암네리스다. 이 역할들을 다 맡아서 숱하게 무대에 섰다.” 하나같이 무거운 작품의 비극적인 인물들이다. 강단장은 “대단한 작품들이지만, 청중이 오페라는 심각하다고만 생각할까 걱정도 됐다”며 “‘박쥐’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쯤에 있고, 신이나 왕이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세토 오페라단은 2018년에도 한국에서 이 작품을 공연했다.

청중뿐 아니라 출연자에게도 즐거운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 출연하는 메조소프라노 송혜원은 “다른 오페라와 달리 연습실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며 “남녀 주인공이 외도를 들키는 장면에서 스톱모션처럼 음악에 맞춰 연기를 하는데 너무 웃겨 연습이 중단될 정도”라고 말했다.

성악가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18ㆍ19세기 낭만 오페라에 비해 연극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송혜원은 “악수하는 장면에서도 팔 뻗는 각도, 객석에서 보이는 손의 모양까지 생각하며 연기 해야 한다.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또 “성악가이니 노래는 천직으로 생각했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연출을 따르는 연기는 새롭고 까다롭다”고 말했다.

베세토 오페라단의 ‘박쥐’는 이달 24일 오후 7시 30분, 25일 오후 2시 30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스페인 지휘자 우나이 우레초가 소리얼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소프라노 박혜진ㆍ박상영, 테너 전병호, 바리톤 김성곤 등의 성악가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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