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명에 '깡통 전세금' 26억 꿀꺽…대구 뒤집은 남성의 최후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11:25

업데이트 2021.09.15 11:45

다가구주택 다수 사들여…갭 투자 시도 실패 

3년전 대구 전역을 무대로 이른바 ‘깡통 전세’ 사기극을 벌였던 40대 남성이 1년여에 걸친 재판 끝에 실형을 선고 받았다.

사건추적

대구지법 제11형사단독 이성욱 판사는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46)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배상 신청인에게 8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A씨는 100여 건의 고소가 밀려들면서 경찰이 합동 전담팀까지 꾸렸던 ‘대구 깡통 전세 사건’의 장본인이다. 그는 전세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세입자 수십 명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자 잠적한 혐의다. 수사기관이 파악한 피해자는 48명, 피해 금액은 26억5700여만원이다.

A씨는 2012년부터 금융기관 대출금과 세입자로부터 받은 임대차 보증금에 소액의 자기 자금만을 더해 다가구주택을 매입했다. 이후 주택 가격이 오르면 그 차익으로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을 갚겠다는 일명 ‘갭 투자’를 계획했다.

A씨는 2013년부터 갭 투자를 확대해 대구 수성구 한 다가구주택을 사들인 것을 비롯해 2018년 2월까지 12채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하고 1채의 다가구주택을 직접 건축했다. 이 과정에서 121억원 상당의 비용이 들었고 각 다가구주택을 담보로 71억원가량의 채무를 지게 됐다. 2018년 8월에는 매달 평균 20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했다.

깡통전세 아닌 척 속여…48명 26억원 피해 

이런 투자 방식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출금 이자를 충당할 정도의 수익을 벌어들이거나 그만큼 주택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 반면 A씨는 임차인들에게 반환해야 하는 보증금 채무만 68억원으로 늘어났을 뿐 다른 수익이 거의 없고 주택 가격도 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담보 대출을 추가로 받기도 어려워졌다.

이런 실정에서도 A씨는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없다”고 세입자를 속여 주택 임대를 지속했다. A씨는 2018년 8월 10일 대구 서구 한 다가구주택 전세를 원하는 피해자에게 “이 주택의 선순위 보증금이 7000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피해자는 A씨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15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당시 이 주택은 채권최고액을 5억8500만원으로 한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상황에서 선순위 보증금이 4억1000만원에 달하는 등 근저당채무와 보증금 채무의 합계가 거래가액(8억8000만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 피해자는 “집 주인은 돈을 돌려주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돈을 몽땅 날린 타격을 지금도 회복하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A씨 측은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보증금을 가로챌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계약을 맺을 당시에는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지만 이후 예기치 못한 투자 실패로 이를 돌려주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임대 부동산의 분양금액이나 선순위 임차인의 현황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사기죄의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들이 관련 현황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피고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이 사건 임대차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당 기간 다수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서민들의 주거 자금인 임대차 보증금을 대상으로 사기범행을 저질렀고, 범행으로 인한 전체 피해액이 26억원을 초과하는 거액이다. 상당수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엄중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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