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8마리의 돌고래 사체가 해안을 가득 메우고 바다는 붉은 피로 물들었다. 북대서양 페로제도에서 12일(현지시각) 벌어진 일이다.
이날 페로제도 이스터로이 섬은 붉게 물들었다. 셀 수 없이 많은 흰줄무늬돌고래의 사체가 바닷가에 널렸다. 고래의 머리 뒷 부분은 예리한 칼로 깊게 잘려 붉은 피가 바다를 물들였다.
사냥법은 잔혹하다. 고래 사냥꾼들이 갑옷을 입고 창과 칼 등의 사냥 도구를 챙겨 보트에 탄다. 보트는 고래 떼를 쫓아 해안으로 유인한다. 엔진 소리를 내며 거칠게 달려드는 보트에 놀란 고래들은 어리둥절한 채 무기를 든 사람들이 기다리는 해안으로 떠밀린다. 얕은 바다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은 갈고리, 창 그리고 칼 등을 이용해 고래를 찔러 죽인다.
이 대규모 고래 학살은 '그라인다드랍'(Grindadrap)이라고 불리는 지역 전통 연례의식으로 무려 70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페로제도는 북대서양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작은 섬 18개로 이뤄진 덴마크령이다. 이곳에서는 예로부터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고래를 대량으로 사냥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 주민들에게 고래의 고기와 지방은 생명을 이어가는 필수품이었다.
따라서 북대서양의 섬에서 이루어지는 이 충격적인 고래사냥은 비 상업적이며 따라서 불법도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겨울 식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옛 전통이 이어지자 해양 환경단체가 고래 대량학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현장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페로제도에서 고래 6500마리 이상을 이런 방법으로 사냥했다. 환경단체는 '야만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주민들은 국내법을 지키며 가능한 한 고래를 덜 고통스럽게 죽인다고 해명했다. 또 페로제도 인근에만 10만 마리의 고래가 서식하는데 자신들이 잡는 것은 수백 마리 정도에 불과하다며 지속가능성을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