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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집값 고점신호 속속 출현…그래도 오르는 집값,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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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일대. 뉴스1

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일대. 뉴스1

집값이 고점임을 알리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신호 강도가 역대급으로 세다.

최근 국민은행이 발표한 올 2분기 서울 주택구입잠재력지수(KB-HOI)는 3.9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3분기 이래 최저치다.

주택구입잠재력지수란 중산층이 이자 부담을 감내할 수준으로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아파트 재고량을 가리키는 데 이게 전체 주택의 4%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분기에는 이 지수가 22.8이었는데 이후 계속 낮아졌다.

이 지수가 높으면 주택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여력이 커진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낮으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 지수가 48.2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5년 1분기 이후 집값은 크게 올랐다.

또한 소득대비 집값 비율인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서울 3분위 가구, 3분위 주택 기준 올 2분기 18.5로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중산층이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18년 6개월을 모아야 서울의 중간치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만 해도 3분위 PIR 값은 10.9였지만 약 4년 만에 크게 올랐다. 이렇게 중산층의 주택구입능력이 떨어진 건 소득 증가율보다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3분위 주택 가격은 올 8월 기준 10억 8337만원으로 2017년 5월(5억1602만원)보다 109.9%나 올랐지만 도시 지역 가구의 3분위 월 명목소득은 2017년 2분기 393만 5815원에서 올 2분기 466만 8410원으로 18.6% 오르는 데 그쳤다.

거래량 지표도 예사롭지 않다. 거래량은 집값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거래량이 증가하면 집값이 오르고, 거래량이 감소하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696건으로 지난해 7월(1만664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박합수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량 감소 이후 집값이 하락한 경우가 70%"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대출도 더 조이고 있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역시 집값 하락변수다.

이렇게 강력한 집값 고점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기준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이 한 주간 0.40% 올라 8주 연속 최고 상승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주택시장이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미친 주택시장','붕괴된주택시장'등으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신규 공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양도세, 취득세 부담 등으로 '갈아타기' 수요는 발이 묶였고 무주택자는 강력한 대출규제 때문에 신규 매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집주인은 세금 부담 등을 전가해 호가를 높이는 데, 소수의 실수요자가 이 가격에 매입하면서 집값이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친 주택시장'이 된 건 잇따른 정책 실패 탓이 크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해 7월 실시한 임대차 3법과 올 6월부터 시행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가 '조정 내지는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었던 주택시장을 '계속 오름세'로 만들었다고 본다.

실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파는 대신 증여로 돌려 매물 실종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고, 임대차 3법 실시 이후 갑자기 오른 전셋값을 충당하기 위해 전세자금대출을 많이 받으면서 주택시장에 유입된 대출금이 다시 집값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국내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말 105조2127억원에서 올 8월119조 9670억원으로 8개월새 14%나 증가했다.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임대차3법 폐지·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인하·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정부는 현 시점에서 이런 조치를 시행할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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