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강물속 곰팡이 범벅 연어 사체…"이대로면 멸종"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05:00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강에 죽어있는 치누크 연어. [WP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강에 죽어있는 치누크 연어. [WP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강.
세계에서 유일한 대형 북태평양 연어(치누크)의 서식지다. 수만 마리의 치누크가 매년 봄과 가을 태평양을 떠나 약 523㎞를 헤엄쳐 새크라멘토강 상류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치누크 연어의 죽음 

8~10월은 치누크가 한창 이동할 시기다. 맑은 물 위로 펄떡이며 뛰어오르는 연어의 모습이 장관을 이룰 때다. 하지만 현재 새크라멘토강 지류에는 바위틈마다 살갗이 허옇게 부풀어 터진 연어 사체가 곳곳에서 썩어가고 있다.

치누크의 죽음은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가뭄으로 강 수위가 낮아지고 수온이 5℃ 이상 높아진 탓이다. 뜨거워진 수온으로 강물에는 세균이 우글거리고, 낮아진 수위 탓에 90㎝가 넘는 물고기가 움직일 때마다 지느러미나 뱃가죽이 강바닥에 쓸릴 지경이 됐다. 물속에 살아있는 치누크도 온 몸이 익어 허옇게 터지고 곰팡이에 뒤덮였다.

치누크 연어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새크라멘토강으로 올라와 산란한다. 이때는 물 위로 펄떡이며 솟아오르는 연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픽사베이

치누크 연어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새크라멘토강으로 올라와 산란한다. 이때는 물 위로 펄떡이며 솟아오르는 연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픽사베이

"지난 여름 가뭄·폭염 탓, 최악의 해"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새크라멘토강에서 죽어가는 치누크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인 금문교와 센트럴 밸리를 가로지르는 한 지류에서 강 상류로 이동 중이던 1만6000마리의 치누크 가운데 1만4500마리가 죽었다. 모두 알을 낳기도 전에 죽음을 맞았다. WP는 “앞으로 몇 주 동안 더 많은 수의 치누크가 뜨겁고 얕은 강물에서 목숨을 잃고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여름 가뭄의 영향을 측정하기에 아직 이르지만, 재앙이 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 북서부 연어협회장인 존 맥마너스는 “연어는 기본적으로 ‘탄광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며 “연어의 상태로 담수 시스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어가 멸종된다면 다른 많은 어종도 줄줄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강의 치누크 연어. 살갗에 온통 곰팡이로 뒤덮였다. [WP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강의 치누크 연어. 살갗에 온통 곰팡이로 뒤덮였다. [WP 캡처]

어업 환경 프로그램 관리자인 콜린 퍼디는 “치누크에게 올해보다 나쁜 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퍼디는 “올 여름같은 폭염과 가뭄이 반복된다면 조만간 치누크는 멸종에 매우 가까워질 것”이라며 “3년 뒤엔 이곳에서 다 자란 치누크는 볼 수 없을 것이고, 얼마나 많은 치어들이 살아남을 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민·환경보호론자 갈등도 

새크라멘토강의 수위와 수온을 조절하기 위해 주 정부는 센트럴 밸리의 농부들에게 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물을 끌어다 쓰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센트럴 밸리 지역에서 200만 에이커(8097㎢)의 땅을 경작하는 농부들의 대표인 데이비드 가이는 “농업 또한 이 지역의 경제 동력인데, 주 정부가 연어 개체수에 대해 너무 보호적이고 근시안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치누크 연어의 머리와 등의 살갗이 다 익어 터졌고, 수위가 낮아 움직일 대마다 바닥의 자갈에 뱃가죽과 지느러미가 쓸린다. [WP 캡처]

치누크 연어의 머리와 등의 살갗이 다 익어 터졌고, 수위가 낮아 움직일 대마다 바닥의 자갈에 뱃가죽과 지느러미가 쓸린다. [WP 캡처]

이에 대해 연어협회장인 존 맥머너스는 “주 정부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원하는 미래’에 대해 지금 결정할 때”라며 “소수의 농업 종사자로 인해 치누크가 완전히 멸종되는 것을 지켜만 볼 것이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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