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에 인심·세금 쓰자는 부장님, 누구 옆집에 보내나요? [2040 세대 성향 리포트]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05:00

업데이트 2021.09.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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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창간기획] 2040세대, 통일.증세.난민 다 달랐다 
육상 국가대표 우상혁이 지난달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승전 경기 중 거수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기록 경기의 중압감 속에서도 시종일관 웃으며 경기에 임한 우상혁은 태극 마크의 무게감을 이겨내고 올림픽을 진정으로 즐기는 ‘MZ세대의 표상’으로 여겨졌다. 뉴스1

육상 국가대표 우상혁이 지난달 1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승전 경기 중 거수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기록 경기의 중압감 속에서도 시종일관 웃으며 경기에 임한 우상혁은 태극 마크의 무게감을 이겨내고 올림픽을 진정으로 즐기는 ‘MZ세대의 표상’으로 여겨졌다. 뉴스1

코로나가 좋았던 건 딱 하나. 부 회식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거리두기가 좀 느슨해지고 백신접종 완료자가 늘어나면서 결국 부장님이 우리 몇몇을 호출했다. “법인카드 남겨봐야 총무팀만 좋잖아^^”라는 공지와 함께.

삼겹살은 꿀 맛이지만 제대로 음미할 틈도 없이 부장님은 또 ‘훈화’를 시작한다. “근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진천에 온 걸 보니 안타깝더라. 우리나라도 OECD 국가답게 난민들 수용하는데 신경 좀 써야겠더라”고 말한다. 다들 눈치껏 “네네, 그렇죠”라고 넘기려는데, 막내 인턴이 갑자기 한마디를 한다. “난민은 그럼 누구 집 옆으로 보내나요?”. 순간 정적.

부장님은 입에 넣으려던 상추쌈을 내려놓고 말한다. “세금 뒀다 뭐해. 시설을 만들면 되지.” 당돌한 인턴이 또 대꾸를 한다. “세금을 왜 거기에 써요? 나중에 북한 사람들에게 세금 쓰는 것도 싫은데 왜 난민에게까지.”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나섰다. “우리 인턴님이 이렇게 똑 부러지니 나중에 꼭 정직원 전환되겠네.” 그냥 해본 말인데 부장님이 받았다. “우리 회사가 비정규직들 정규직으로 바꿔주는 건 다른 회사보다 잘 되고 있는 편 아닌가.” 하지만 부장님은 얼마 전에 블라인드 앱에서 벌어진 논쟁은 모르는 것 같다. 작년에 공채로 입사했다는 한 친구가 “회사가 구멍가게냐. 엄연히 정규직이랑 비정규직은 시험이 다른데 그냥 다 정규직으로 해주는 게 공정한 거냐”는 글을 올려 블라인드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부장님 말씀은 계속된다. “아, 이번에 재산세 진짜 많이 올랐더라. 짜증은 나지만 세금 좀 더 내서 복지가 늘어나면 나중에 회사 짤려도 걱정이 덜한 거 아니겠나.”

그 순간 ‘부장 제외’ 채팅방에 막내 사원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나도 강남에 아파트 있으면 세금 많이 낼 자신 있는데ㅜㅜ 그런데 우리는 세금만 잔뜩 내다가 나중에 좀 받아야 할 때는 나라가 파산하는 거 아닌가요.”

직장 내에서 있을 법한 세대별 의견 차이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내러티브(narrative) 형식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중앙일보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20대와 40대의 인식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른바 ‘X세대’로 불리는 40대와 ‘MZ세대’로 통하는 20대는 많은 측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통일·증세·난민에 긍정적인 40대, 부정적인 20대 

특히, 그동안 한국 사회의 절대 과제로 여겨졌던 통일 문제에 대한 차이가 두드러졌다. 40대의 73.9%는 통일에 대해 ‘매우 필요하다’(27.5%)거나 ‘필요한 편’(46.4%)이라고 답한 반면 20대의 47.1%는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30.5%)거나 ‘전혀 필요하지 않다’(16.7%)고 답했다.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20대는 통일세 신설에 대해서도 부정적 응답이 62.1%에 달했지만 40대는 통일세 신설에 긍정적 답변이 57.6%에 이르렀다.

내년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될 복지 관련 증세 문제에 대해서도 40대는 증세 찬성(58.6%)이 더 많은 반면 20대는 증세 반대(56.7%)가 더 많았다. 40대에 비해 20대가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이다.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서도 40대의 60.3%는 찬성한 데 비해 20대의 64.4%는 반대했다.

20대는 국민의힘, 40대는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지지율 1위 

젊을수록 진보 성향의 정당을 선호한다는 정치권의 오랜 타성도 변화될 조짐이다. 40대가 지지하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39.9%), 국민의힘(19.3%), 열린민주당(6.8%), 정의당(5%), 국민의당(3.5%)의 순서였지만 20대의 지지 정당은 국민의힘(26.6%), 더불어민주당(18.7%), 정의당(4.7%), 국민의당(3.3%), 열린민주당(1.1%) 차례였다.

2040 리포트, 이렇게 조사했다
중앙일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20대와 40대의 인식차가 적잖다”는 주장을 실증하기 위해 이번 기획을 준비했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7~29일 사흘간 20대 1011명, 40대 1007명을 대상으로 사회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는 전화 면접원 면접조사(가상번호 100%)로 진행됐으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설문에선 남북 통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증세, 여성가족부 폐지 등 모두 15개의 문항을 물었다. 질문 문항과 답변 보기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이재묵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한국정당학회장),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의 감수를 받았다. 설문 설계 과정에선 강원택 서울대 정외과 교수,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로부터도 도움을 받았다. (가나다순)
중앙일보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만든 디지털 인터렉티브 서비스 「초간단 세대성향 판별기」(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453)도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이용자가 20대, 그러니까 MZ 세대와 가까운 성향인지, X세대라고 불렸던 40대에 가까운 성향인지 알 수 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회원 가입 후 15문항에만 답하면 된다. 2020년 총선과 올해 4월 재·보선에서 각각 백만명 넘게 이용하고 공유해 화제가 됐던 「초간단 정치 성향 테스트Ⅰ,Ⅱ」의 후속작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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