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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양성희의 시시각각

육아휴직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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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육아휴직을 쓴 여성 팀장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남양유업. 이 과정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육아휴직을 쓴 여성 팀장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남양유업. 이 과정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없’이라는 사이트가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바코드를 찍으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알려준다.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이후 숱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이 거세지는 불매운동을 피해 제품에서 사명을 지우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등장했다. ‘남양유업 브랜드 로고가 보이지 않는 제품이 남양의 손길이 닿은 제품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라는 소개 글이 달려 있다.
남양유업이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에는 육아휴직을 쓴 여성 팀장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고, 이 과정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홍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강한 압박을 해 못 견디게 해” “위법은 아니지만 한계선상을 걸으라” 발언하는 녹취도 공개됐다. 분유ㆍ우유 등 아기들 먹거리로 출발한 회사고 주 소비자가 엄마들인데, 엄마 직원의 육아휴직에 불이익을 준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엄마 소비자와 엄마 직원은 다르다는 얘기겠다.
해당 직원은 회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육아휴직으로 부당 인사는 없다”며 보도를 부인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대법원에 "사건을 제대로 판단해 부당하게 일터를 빼앗기는 여성 노동자가 더는 없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이게 남양유업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서남권직장맘센터에 따르면 육아휴직 복귀 시 불이익 고충 상담 건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8년 109건(전년 대비 증가율 40%), 2019년 250건(130%), 2020년 362건(45%), 2021년 1~8월 333건에 달했다. 최근 3년간 육아휴직자 3명 중 1명이 복직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통계도 나왔다(직장갑질119). 2018~2020년 육아휴직자의 34.1%(10만7894명)가 직장에 복귀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상용직 부모는 8.4%에 불과했다(2019년 기준). 고용이 불안한 기간제ㆍ계약직 여성 노동자라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여기엔 코로나19라는 변수도 있다. 코로나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기업들이 육아휴직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올 2월 여성 취업자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9만5000명 감소했다. 남성 33만5000명보다 감소 폭이 컸다. 특히 35~39세 출산ㆍ육아기 여성의 고용률 감소 폭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코로나가 남성보다 여성의 일자리를 빼앗아 여성이 경기침체를 심하게 겪는 ‘쉬세션(여성대량실업·Shecession)’은 이미 전 세계적 화두다. 쉬세션은 여성(She)과 경기침체(Recession)의 합성어다. 남성 실업이 많은 일반적인 경기 불황과 달리, 코로나19는 여성 노동자가 많은 서비스·교육 등 ‘대면’ 업종의 타격이 심했다. 학교나 어린이집 휴원으로 육아 부담이 폭등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많다. 여기에 “경제위기 때마다 큰 피해를 보는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에 여성이 몰리는 한국 노동시장의 전형적 폐단”(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도 있다.
여전히 육아휴직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후진적 직장 문화, 거기에 전 지구적으로 몰려오는 팬데믹 쉬세션. 저출생 해결을 위해 수조원을 퍼부어도 백약이 무효가 빤한 이유다. 연일 최저 출산율을 경신하지만 정작 여성 노동자들은 법으로 보장된 모성보호제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이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육아휴직 후 돌아온 노동자를 휴직 전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과 직무로 복귀시키지 않아도 고작 ‘500만원 이하 벌금’인 현행법의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엄벌이 바로 저출생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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