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만 강요’ 구글 2074억 과징금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00:12

업데이트 2021.09.1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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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삼성·LG전자 등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가 운영체제(OS)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아 온 구글에 2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스마트 기기에 다른 OS를 탑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계약을 제조업체와 맺었다. 플레이스토어 이용권 등이 ‘미끼’였다. 휴대전화·스마트워치·스마트TV 등 스마트 기기 전반에 걸쳐 OS 독점을 문제 삼은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상 지위남용, 불공정거래 행위로 구글 엘엘씨·구글 아시아퍼시픽·구글 코리아에 총 20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정명령은 구글이 더는 제조업체에 OS 사용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구글은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와 파편화금지계약(AFA)을 해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구글의 OS를 변형한 OS를 탑재하거나 개발하는 것을 금지했다. 변형 운영체제는 업계에서는 포크OS라 부른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포크OS를 개발해 OS 사업에 진출하려고 했으나 거래할 업체를 찾지 못해 사업이 모두 실패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구글은 2010년 38%였던 OS시장 점유율을 2019년 97.7%까지 높였다.

구글은 2005년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사인 안드로이드사를 인수한 후 2008년 ‘안드로이드 OS’를 오픈소스 형태로 무료로 공개했다. 이후 휴대전화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참여하면서 수천 종의 안드로이드 기반 OS가 생겨났다.

삼성·LG 등 스마트기기 제조업체, 구글 벗어나 OS시장 진입 숨통

그러나 OS가 너무 많다 보니 앱 개발사가 대응하기 어려워 사용자 불편이 커지는 현상, 일명 파편화(fragmentation)가 심해졌다. 구글은 이런 이유를 들어, 2011년 기기 제조사와 AFA를 맺고 호환성 프로그램(CDD)을 택했다고 주장한다.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OS를 변형하거나 새로 개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구글이 사실상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폰과 스마트 기기 전반에 의무 사용하도록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구글이 제조업체와 AFA를 체결할 수 있었던 건 사전접근권과 플레이스토어를 ‘무기’로 사용해서다. 사전접근권이란 제조업체가 안드로이드 OS 소스코드를 6개월 전 미리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고성능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스코드가 필요해 제조업체는 구글과 OS 독점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플레이스토어 등록 앱 수는 지난해 3월 기준 287만 개로, 경쟁 앱마켓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수라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해야만 했다.

스마트폰 안드로이드OS 글로벌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스마트폰 안드로이드OS 글로벌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FA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 기기 전반에 걸쳐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2013년 ‘갤럭시 기어1’을 출시하면서 포크OS를 기반으로 70여 개의 자체 개발 앱을 탑재했지만, 구글이 문제 삼으면서 삼성은 자체 OS를 포기해야 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 구글 전 수석부사장이 델(Dell)이 포크OS 기기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포크 기기를 단 한 대라도 출시하면 모든 기기에 대한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구글 검색 라이선스를 해지하겠다”고 말한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구글은 강력히 반발하며,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다. 구글은 입장문에서 “안드로이드의 호환성 프로그램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훼손이라는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공정위의 결정은 이런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을 무력화해 개발자의 개발 유인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하며, 애플 등 다른 사업자와의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조치에 따라 스마트 기기 제조업에서 변화가 예고된다. 조원영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AI 정책연구팀장은 “삼성, LG 등 국내 제조사는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만들고 있어 이번 시정명령이 국내 기업 및 디지털 생태계 전반에 실효성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리눅스 등 다른 오픈소스처럼 안드로이드도 변종(포크) 형태로 다양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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