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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측 “3자 공모 규명해야” 홍준표 “거짓소문 퍼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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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발 사주’ 의혹의 불똥이 14일 국민의힘 내부로 옮겨붙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가 전날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외에 ‘성명불상자 1인’을 고발하면서 이 사람을 ‘특정 선거캠프 소속’이라고 명시했다. 그러자 제보자 조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기자들의 공통된 질문이어서 정리한다”며 홍준표 캠프 조직본부장인 국가정보원 출신 이필형씨의 실명을 적고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며칠 사이 윤 전 총장 캠프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떠돌던 ‘성명불상자’의 정체가 이렇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씨는 “저는 홍준표 대표님을 본 적도 없고, 박지원 대표님은 홍 대표님을 존중하시지만 썩 가까운 분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홍 대표도 아니고 그분과 밀접하게 일했던 사람을 왜 함께 보느냐”고 반문했다. 만약 홍 의원의 측근이 박지원 원장과 제보자 조씨의 만남에 동석했다면 ‘고발 사주’ 의혹은 여야 갈등을 넘어 야당 내부의 죽기살기식 내전으로 폭발할 수밖에 없는 뇌관이 된다.

‘고발사주 의혹’ 박지원 개입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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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된 이씨는 크게 반발했다. 그는 통화에서 “7년 전 국정원을 나온 후는 물론 제 평생에 조씨나 박 원장을 만난 적이 없다”며 “만일 아는 사이라면 내 전 재산을 다 걸겠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두 사람의 회동 당시(8월 11일) 택시비와 커피숍 결제 내역 등으로 ‘알리바이’를 대기도 했다. 국정원 국내정보 담당관 출신인 그는 홍준표 의원과는 27년 지기로 지난 7월 홍 의원의 삶을 다룬 책(『홍도는 잘 있느냐』)도 펴냈다.

홍 의원도 페이스북에 “고발 사주 사건에 마치 우리 측 캠프 인사가 관여된 듯이 거짓 소문이나 퍼뜨리고, 특정해 보라고 하니 기자들에게 취재해 보라고 역공작이나 한다. 참 잘못 배운 못된 정치 행태”라는 글을 올렸다. 또 윤석열 캠프를 겨냥해 “내가 경남지사 시절에 직원들에게 재떨이를 집어던졌다고 거짓 소문도 낸다고 한다”는 글도 추가했다.

윤 전 총장 측은 홍 의원에 대한 정면 대응은 자제하는 대신 “제3의 인물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위’ 명의로 “조씨와 박 원장 외에 제3의 인물이 동석했는지, 그 동석자가 이번 정치공작 기획에 공모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조씨가 박 원장을 만나기 전날 고발장을 비롯한 이미지 106개를 캡처·저장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박 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의 보도 시점을 상의한 정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박 원장에 대한 피의자 입건과 압수수색을, 조씨에 대해선 긴급 출국금지도 공수처에 요구했다.

한편 박지원 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발 사주’ 의혹을 모의했다는 윤 전 총장 측 주장을 향해 “자기는 검찰총장하면서 검찰청 내부 사람하고만 밥 먹었느냐”며 “(윤 전 총장이 총장 시절) 저하고도 술 많이 마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윤 전 총장과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 번도 나쁘게 얘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니 왜 잠자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느냐”고 했다. “내가 국정원장이라 말을 못한다. 내가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자기(윤 전 총장)에게 유리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원장과 따로 만나 술을 마신 적도, 개인적으로 따로 만난 적도 없다”며 “나에 대해 아는데 말 못하는 게 있으면 다 까고 이왕 까는 거 빨리 좀 다 털어놨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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