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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대한민국 농식품] 코로나 속 ‘국민 먹거리 기본권 지키기’ 나선 공공기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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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바우처, 돌봄교실 지원 등 / 내년 예산 전액 삭감에 중단 위기 / 농진청과 농식품유통공사에선 / 치유 농업, 식생활 개선 등 추진

지난해 3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경기도 친환경 농산물유통센터. 친환경 학교급식 농산물 꾸러미 배송을 위한 포장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경기도 친환경 농산물유통센터. 친환경 학교급식 농산물 꾸러미 배송을 위한 포장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식생활도 180도 바꿨다. 많은 사람이 한 데 모여 즐기는 식사는 이제 옛날 일이다. 대신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먹거리 기본권을 지켜라’다. 농식품부는 신선하고 질 좋은 농축산물을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시범 사업 단계인 농식품 바우처가 대표적이다.

농식품부는 생활 형편 때문에 농산물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일이 없도록 하는 취지에서 농식품 바우처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017~2019년 준비를 거쳐 지난해 처음 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사업으로 진행했다. 올해는 시범 사업 대상 지역을 9개 지자체로 확대했다. 예산도 지난해 35억원에서 올해 171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1월 시작한 올해 시범 사업은 오는 12월까지 이어진다.

바우처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에 지급된다. 차상위계층·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한다. 카드 형태의 전자 바우처로 지급된다. 월 지급액은 가족 수에 따라 다르다. 올해 기준 1인 가구 4만원, 2인 5만7000원, 3인 6만9000원, 4인 8만원, 5인 8만9000원, 6인 9만8000원 등이 각각 지급된다. 매월 1일 카드 금액이 충전되고 그달 말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국내산 과일·채소·잡곡·축산·우유·꿀·계란을 이 바우처로 살 수 있다. 지정 품목 외에는 쓸 수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취약계층 대상 농식품 바우처 지원 사업 추진 현황과 당면 과제’ 연구 보고서에서 “식사비 지출액은 중위소득 50% 미만 가구가 월 11만원 수준이다. 전체 가구 30만9000원의 3분의 1 정도로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현금 지원은 타 용도 전환 가능성이 높아 (농식품 바우처를 통한) 현물 지원이 취약계층의 식생활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식생활에 ‘빨간불’이 켜진 어린 학생 대상 농식품 정책도 있다. 초등돌봄교실 과일 간식 지원 사업이다. 친환경,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과일을 1인 150g 컵 과일 형태로 주 1회씩 1년간 30번 제공하는 사업이다. 2018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올해는 초등돌봄교실 이용 학생 24만 명에게 지원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등교 제한이 잦아 간식 꾸러미, 택배를 통해서도 학생들에게 과일을 전달하고 있다.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시범 사업도 비슷한 취지다. 올해 시범 사업 2년차로 서울·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 등 11곳이 대장 지역으로 선정됐다. 월 1회 이상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가 임산부에게 전달된다. 임산부가 전용 온라인 통합몰을 통해 신청하면 꾸러미를 받을 수 있다. 연간 지원 농산물 금액은 총 48만원이다. 다만 전체 금액 가운데 20%(약 9만6000원)는 임산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전북도에서 지원한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연합뉴스]

지난해 전북도에서 지원한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연합뉴스]

이런 농식품 바우처, 초등돌봄 과일 간식,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등 3대 먹거리 지원 사업은 사실 좌초할 위기다.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3대 먹거리 사업 예산 전액이 삭감됐다. 예비 타당성 조사 등 사업성에 대한 사전 조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기재부는 이들 예산을 백지화했다. 앞으로 있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이 없다면 내년 사업 중단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친환경 농산물 관련 시민단체는 지난 2일 “사회적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국가에서 먹거리에 대한 기본권을 확대하는 사업”이라며 “사업의 내용과 효과를 보지 않고 단순히 행정상의 과정만을 문제 삼아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국민의 민생에는 관심이 없고 관료의 입맛에 따라 정책 추진이 취사 선택되는 관료주의의 극심한 폐해로 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농식품 공공기관은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농촌진흥청은 ‘한국형 치유 농업’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농진청 산하 전담 조직인 치유농업추진단도 출범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는 데 맞춰 농업생산기반 정비 사업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먹거리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투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aT는 대국민 식생활 개선 캠페인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행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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