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대한민국 농식품] 사회적 약자와 농업을 지키는 ‘농식품바우처’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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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올해 여름 저소득층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가난과 질병, 사회적 단절 속에서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고자 했던 이들은 코로나19로 한계에 다다랐다. 서울 강서구의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뒤 한참이 지나 발견된 기초생활수급자 가족, 집이 경매로 넘어간 뒤에 차 안에서 생활하다 숨진 채 발견된 중년 남성, 실업과 생활고로 외롭게 세상을 등진 청년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술병과 약봉지, 텅 빈 냉장고 등 고단한 삶의 무게에 지쳐간 잔해들만 남았다.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어든 저소득층을 어렵게 만든 것은 코로나19뿐만이 아니었다. 냉해와 폭염, 강풍과 폭우 등의 이상기후로 한 해 농사는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식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은 더욱 떨어졌다. 식품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식량난은 특히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남미, 아프리카 등 식량 공급 기반이 약한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긴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부 국민은 여전히 굶주림과 영양 불균형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식품 구매력 향상과 식생활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행 중인 ‘농식품바우처’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범사업은 중위소득 50% 이하의 소득을 얻는 가구를 대상으로 1인 가구 기준 월 4만원 상당의 전자카드를 지급하며 이 카드로 국내산 과일, 채소, 흰 우유, 육류, 계란, 잡곡, 꿀 등 신선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수혜자가 원하면 농산물 꾸러미로 받을 수 있으며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위한 교육도 병행한다.

농식품바우처는 현금지원과 달리, 신선하고 품질 좋은 식품만 구입하도록 관리해 취약계층의 건강은 물론 식생활 개선에 따른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한다. 전국 200만 저소득 가구를 지원했을 때, 연간 최대 4435억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지역 돌봄 체계와 연계한 식생활 교육은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사회적 접촉도 확대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역할 못지않게 농식품바우처는 우리 농업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전국 단위 본사업으로 도입되면, 연간 1조4768억원의 농산물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식량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국산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요 확보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식품의 유통 거리가 짧은 로컬푸드를 활성화해 농업의 지속가능성도 한층 높일 것이다.

다가오는 9월 23일, 팬데믹과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유엔(UN) 푸드시스템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기아와 영양실조 해소, 환경친화적 농업으로 전환, 코로나19 여파 극복을 위해 그간 논의해 온 푸드시스템의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람’과 ‘환경’에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는 위기의 시대, 농식품바우처는 먹거리 기본권과 농산물의 지역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주는 우리나라의 핵심 전략이다. 사회적 약자와 농업을 함께 지키는 따뜻한 정책인 농식품바우처의 전국적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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