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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와 만난 이재용, 첫 공식행보…일자리 7만개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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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부겸 국무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출소 32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행사에 참석했다.

정부와 삼성은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청년 희망 ON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은 이날 “앞으로 3년간 청년 일자리 3만 개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발표한 ‘향후 3년간 4만 명 직접 고용’ 계획과는 별개다. 사회공헌활동(CSR)을 늘려 청년 취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으로, 이러면 삼성이 제시한 신규 일자리는 3년간 7만 개로 늘어난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를 방문, 간담회를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수를 치고 있다. 삼성 측은 이날 SSAFY 교육생을 늘려 3년간 총 3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를 방문, 간담회를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수를 치고 있다. 삼성 측은 이날 SSAFY 교육생을 늘려 3년간 총 3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과 함께 청년 일자리 확대를 발표할 수 있게 돼 더욱 뜻깊다”며 “국민의 기업다운 삼성의 과감한 투자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청년들의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총리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성인회 삼성 사회공헌총괄 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등이 참석했다.

SSAFY는 삼성이 2018년 시작한 청년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모두 4기가 수료했는데 77%(1601명)가 취업에 성공했다. 삼성은 이날 SSAFY 교육생을 기존 연 1000명 수준에서 내년에는 2000명 이상으로 두 배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 중소·중견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프로그램인 ‘스마트공장’ 등 기존 CSR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CSR이 우리 사회에 보다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직접 건물 1층 로비에 나와 김 총리 일행을 맞았다. 김 총리는 지난달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석방된 상황에서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다”며 “이 부회장의 사업 기회를 빼앗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여론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재계에선 김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그동안의 ‘잠행 모드’에서 벗어나 경영 현장에 본격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취업제한 논란을 의식해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거의 매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면서도 대외 행보를 극도로 자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에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베트남 공장 가동 중단 해결 같은 현안이 쌓여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과 TSMC가 각각 100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인수·합병(M&A)을 둘러싼 물밑 협상도 치열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나 삼성 입장에선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이 부회장은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보이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주요 현안을 챙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 부회장이 활동에 제약이 있더라도 대규모 투자나 M&A 등 굵직한 의사결정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국내에 발이 묶여 있으면 그의 장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어렵다. 현장을 찾고 최고경영진을 만나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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