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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사진 한 장에 5500% 폭등…머스크가 흔든 ‘코인 코미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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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발 가짜 뉴스에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13일(현지시간) “월마트가 암호화폐 라이트코인을 고객의 결제 수단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나오자 라이트코인 가격은 35% 급등한 231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13일 일론 머스크가 올린 시바견 관련 트윗. [머스크 트위터 캡처]

13일 일론 머스크가 올린 시바견 관련 트윗. [머스크 트위터 캡처]

하지만 상황은 곧바로 바뀌었다. 월마트는 “라이트코인의 결제를 허용한다는 보도자료는 가짜”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긴급 알림으로 해당 보도를 철회하거나 정정기사를 냈다.

해당 보도자료를 배포한 곳은 미국의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인 글로브 뉴스와이어였다. 글로브 뉴스와이어는 보도자료를 삭제한 뒤 언론사와 고객들에게 해당 자료를 무시하라고 공지했다. 라이트코인 가격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암호화폐 시세정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후 2시40분 기준으로 라이트코인은 177.98달러에 거래됐다.

뉴욕타임스는 “가짜 보도자료에는 월마트의 로고와 함께 이메일 주소 등 홍보팀 연락처도 있었다. 기존 월마트의 보도자료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가에 영향을 주기 위한 가짜 뉴스가 암호화폐 시장에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잡지인 패스트컴퍼니는 “해당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여섯 개 단락에 불과했다. 그중 두 개는 라이트코인이 비트코인보다 우월하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짜 보도자료라고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고 덧붙였다. CNN 방송은 사기를 벌인 일당이 누군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허위 정보로 가격을 폭등시킨 뒤 팔아치우는 수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시바 플로키 가격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시바 플로키 가격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라이트코인재단이 고의로 가짜 뉴스를 퍼트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라이트코인의 창업자인 찰리 리는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라이트코인재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담당자가 허위 사실에 속아 트위터 계정에 올렸지만 가짜 뉴스라는 것을 확인한 뒤 즉각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암호화폐 시장을 흔들었다. 머스크는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시바견 한 마리가 바닥에서 자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플로키가 도착했다”고 적었다. 그러자 ‘플로키’라는 말이 들어간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올랐다. 시바 플로키 가격은 550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수퍼플로키 가격도 400% 상승했다.

라이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라이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인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14일 상원에 출석하기에 앞서 서면 답변을 공개했다. 그는 “현재 암호화폐 관련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 서부 개척 시대나 증권법 시행 이전에 투자자들이 위험을 떠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도 암호화폐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는 지난 13일 “비트코인 가격이 5년 안에 5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보다 10배가량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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