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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손자’가 일으키는 가을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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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달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던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군에 복귀하자마자 맹타를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던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1군에 복귀하자마자 맹타를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가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달 17일 오른 옆구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정후가 빠지자 팀이 휘청거렸다. 키움은 그가 없는 상태로 치른 17경기에서 6승에 그쳤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타선의 짜임새가 약화했다. 대체 자원인 예진원은 1할대 타율로 부진했다. 그의 공백 기간 팀 타율이 KBO리그 9위(0.225)까지 처졌다. 키움은 힘겨운 5강 경쟁을 이어가며 그의 복귀를 애타게 기다렸다.

이정후는 지난 9일 1군 선수단에 돌아왔다. 하루 휴식 뒤인 10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부터 1군 경기를 뛰기 시작해 첫 4경기에서 타율 0.588(17타수 10안타)를 기록했다. 11일 사직 롯데전에선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2타점 맹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키움은 이정후가 복귀한 뒤 치른 첫 5경기에서 4승을 쓸어 담았다. 전력이 180도 달라졌다. 팀 순위가 4위로 뛰어올라 가을야구를 향한 청신호를 켰다.

‘바람의 손자’가 보여준 영향력

‘바람의 손자’가 보여준 영향력

‘바람의 아들’ 이종범(51·LG 트윈스 코치)의 아들인 이정후는 아버지의 존재감을 뛰어넘고 있다. 홈런 타자가 아니어도 팀 타선을 좌우하는 영향력, 그리고 큰 승부에 강한 타격이 똑 닮았다.

복귀한 뒤 타격감을 바로 회복했다.
“2군에서 트레이닝 파트와 코치님들이 잘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팀과 함께 후반기를 시작하지 못했으니 복귀한 뒤에는 도움이 되자는 생각만 했다. 이런 마음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예상보다 옆구리 통증이 오래갔는데.
“처음 느껴본 통증이었다. 올 시즌이 끝났다고 생각될 정도로 아팠다. (야구를) 하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부분이 너무 답답했다. 지금은 다 회복해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이정후가 처음 통증을 호소했을 땐 단순 근육통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좀처럼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재검진 끝에 근막통증 진단이 내려졌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정후는 정신력과 투지가 강한 선수다. 아프다는 표현을 좀처럼 하지 않는데, (통증을 호소한 게) 처음이라 조심스럽다”고 걱정했다. 결국 그의 복귀까지 3주나 걸렸다.

정규시즌부터 도쿄올림픽까지 쉬지 않고 뛰었던 게 통증의 원인이었을까.
“병원에서는 피로 누적이라고 하더라. 결국 ‘자기관리를 못 하지 않았나’하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도 경험이지 않을까. 좋은 경험이라고 받아들여 앞으로 몸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 2군에 다녀오면서 몸을 만들 시간이 생겼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있어서 체력적인 부분은 (보충해) 괜찮아졌다.”
옆구리 부상이라 타격에 신경 쓰이지 않나.
“그런 건 딱히 없다. 최대한 부상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신경 쓰는 순간 타격 폼도 망가지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100%의 퍼포먼스도 낼 수 없다. 지금 1군에서 뛰고 있다는 건 컨디션이 100%라는 뜻이다. 부상이 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부상 이후 팀 타선이 하락세였다.
“내 몸이 따라주지 않는 부분은 답답했다. 팀 타선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지 않나. 타격 페이스가 항상 좋을 수 없다. 팀 슬럼프와 내가 빠졌을 때가 맞물렸을 뿐이다. 선수들이 노력해 다시 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는 걸 (팬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5강 경쟁이 치열해 어깨가 무거운데.
“최근 몇 년간 팀이 계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면서 경험도 어느 정도 쌓였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건 포스트시즌 승부다. 지난해에는 아쉽게 (포스트시즌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끝났지만, 2019년처럼 다시 한국시리즈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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