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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만 두 대, 유럽 누비는 듀오 신박 “우린 합주만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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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피아니스트 신미정(왼쪽), 박상욱의 ‘신박 듀오’는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고 유럽 주요 무대에서 연주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달 첫 앨범 '신박하다'를 냈고 한국에서 공연한다. [사진 WCN]

피아니스트 신미정(왼쪽), 박상욱의 ‘신박 듀오’는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고 유럽 주요 무대에서 연주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달 첫 앨범 '신박하다'를 냈고 한국에서 공연한다. [사진 WCN]

‘신박 듀오’는 한국에 좀처럼 없던 독특한 팀이다. 피아니스트 신미정(41), 박상욱(31)이 8년 전 만든 피아노 2중주(듀오)인데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독주자들이 종종 만나 이중주를 하는 게 아니고, 둘로만 활동하는 ‘상설 팀’이라는 데 있다. 유럽에는 피아노 이중주 팀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신박 듀오는 결성한 지 얼마 안 돼 유럽의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며 입지를 다졌다. 2015년 독일 ARD 국제 콩쿠르에서 2위, 2017년 슈베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했다. “우연히 만나 첫 음을 내보는 순간 듀오를 할 운명이라고 느꼈다”는 이들은 14일 첫 음반을 냈고 다음 달 초까지 한국의 네 도시에서 공연을 한다.

“우리는 오로지 듀오만 하는 팀이다.” 14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상욱은 “솔로와 듀오를 병행하지 않고 완벽한 이중주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가 목표”라고 했다. “피아노 이중주는 워낙 어렵기 때문에 독주자보다 연습을 더 많이 한다. 주말만 빼고 매일 만나 연습한다.”(박상욱)

이들은 두 피아니스트로 된 팀이 연주할 곡목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19세기 작곡가들이 교향곡을 오케스트라보다 간편한 피아노 듀오로 먼저 발표하곤 했다. 그 정도로 우리가 연주할 곡이 많고 이중주를 통해 음악을 보는 시각도 넓힐 수 있다.”(박상욱) 이번 앨범에서는 오케스트라 곡을 두 피아니스트가 직접 편곡하는 시도도 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이다. 신미정은 “피아노 듀오를 해본 사람이 할 수 있는 편곡은 다르다. 최대한 효과적으로 바꿔봤다”고 설명했다.

둘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하며 만났다. 신미정은 “빈의 한인 교회에서 초청받아 우연히 한 무대에 섰고 그 후 함께 연주해보게 됐다”고 했다. 생상스 ‘죽음의 무도’ 이중주를 이틀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는데 관객들이 “몇 년 된 팀이냐”하고 물어왔다고 한다. 박상욱은 “시험 삼아 빈 국립음대 교수님 앞에서 연주해봤는데 ‘반드시 듀오를 해야 한다’라는 평을 들었다”고 했다.

두 피아니스트 모두 합주가 체질이다. 신미정은 “우리는 만나기 전에도 각자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했던 경험이 많다”며 “성격도 둘 다 긍정적이고 소통도 원활해 듀오가 잘 맞았다”고 말했다. 박상욱은 “독주자는 박수갈채 후에 쓸쓸하다. 하지만 듀오는 항상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아주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똑같은 악기로 연주하는 만큼 소리의 균형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예민하게 조정하지 않으면 서로 부딪히거나 겹칠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 거장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도 이들에게 “독주보다 두세배 까다로운 일”이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신미정은 “듀오에서 내 부분만 생각하다보면 음악이 망가진다. 음악 전체를 크게 볼 수 있는 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박 듀오는 23일 청주, 29일 광주광역시, 다음 달 1일 대구,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내년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합창단과의 공연 등 유럽에서의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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