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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공장 밝힌 열대어 수백마리…공예작품 ‘공생의 도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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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조창과 청주시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전시된 인도네시아 작가 물야나의 ‘심연 속으로’. [사진 청주시]

문화제조창과 청주시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전시된 인도네시아 작가 물야나의 ‘심연 속으로’. [사진 청주시]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문화제조창 3층 전시관. 커다란 고래를 연상시키는 한성재 작가의 작품 ‘번제’가 어두운 통로를 밝히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자 해양 생물을 묘사한 웅장한 공예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손뜨개질로 만든 노란색 열대어 수백마리가 천장을 수놓았다. 무리 지은 해파리와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수초, 뼈를 드러낸 고래가 마치 바닷속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작가 물야나의 ‘심연 속으로’다.

푸른 바닷속 산호들이 석회화하고, 해양 생물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현실을 표현했다. 이들 작품은 환경을 바라보는 인간 중심주의적 태도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최미진(48)씨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예 축제가 청주에서 개최됐다. 1999년 시작해 올해 12회를 맞는 청주공예비엔날레다. 주 무대는 옛 담배공장을 리모델링한 문화제조창과 청주시 일원이다. 지난 8일부터 오는 10월 17일까지 40일간 본 전시를 비롯해 초대국가관, 국제공예공모전, 공예워크숍, 미술관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전시장과 부대 행사를 볼 수 있다.

 바네사 바가하오의 ‘삶의 꽃’. [사진 청주시]

바네사 바가하오의 ‘삶의 꽃’. [사진 청주시]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공생의 도구’다.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를 비판하며 인간성 회복을 위해 도구의 성장에 한계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던 이반 일리치의 저서 『공생을 위한 도구』에서 따왔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1192점을 선보인다.

본 전시는 노동·생명·언어·아카이브 등 모두 4개 섹션으로 진행된다. 임미선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인류 문명사 척도이자 문화적 도구로써 중요한 기능을 담당해 온 공예의 가치와 의미를 전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공예비엔날레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사상 첫 온라인 비엔날레를 병행하게 됐다. 전시장을 360도 촬영한 가상현실(VR) 갤러리, 모바일 앱 오디오 가이드 운영, 작가 작업과정과 인터뷰 영상을 홈페이지에 제공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전 예약시스템을 운영한다. 거리두기 3단계일 경우 입장객 수는 479명, 4단계는 287명으로 제한한다. 방역 전담 인력 배치와 소독 부스 설치 등 방역도 강화했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팬데믹이라는 희생을 치르고 우리는 ‘공생’이라는 두 글자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며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상처 입은 세계인을 치유하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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