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항 이전도 엎자” 대구 편입 애매한 결론에 들끓는 군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10일 경북 군위읍에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석 기자

10일 경북 군위읍에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10일 경북 군위군 군위톨게이트를 통과해 군위군청으로 향하는 도로엔 여러장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대구·경북은 대구편입 언제까지 말만 할 건가’ ‘대구 편입 입장 바꾼 도의원은 군위군민에게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 ‘너희가 하자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냐’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모두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던 주민 이수찬(51)씨는 “지난해 대구공항 이전 부지를 못 정해 상황이 급박할 때는 경북도의원들이 다 군위군 대구 편입에 찬성할 것처럼 하더니 이제 와서 슬쩍 말을 바꾸는 모습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최근 군위군의 대구 편입 문제에 대해 경북도의회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애매한 결론을 내리면서 인구 2만3000여명의 소도시 군위군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구와 경북도가 추진 중인 통합신공항 사업과 관련, 경북도의회가 예정 부지가 위치한 군위군을 대구로 편입하는 조건에 합의해놓고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2일 오전 제32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경북도 관할구역 변경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했다. 지난해 7월 30일 대구시, 경북도가 함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유치 신청서 제출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내건 군위군 대구 편입 안에 대한 의결 절차였다.

이날 본회의에서 군위 대구 편입 찬성안은 재적의원 59명 중 57명이 투표한 결과 채택 28표, 불채택 29표로 나와 부결됐다. 대구 편입 반대안 역시 57명이 투표한 결과 채택 24표, 불채택 33표로 나와 부결됐다. 지난해 7월 경북도의원의 약 88%에 해당하는 53명이 편입안에 동의한다고 서명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로써 경북도의회는 군위군의 대구 편입에 대해 ‘무의견’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군위군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군위군의회는 성명을 통해 “대구 편입이 포함된 공동합의문은 군위군이 (신공항) 공동후보지를 유치 신청하는 조건이었다”며 “약속을 저버린 경북도의회는 군위군민과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사과와 함께 군위군 대구시 편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군위군은 사업의 원점 재검토까지 거론했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입장문을 통해 “올해 안에 대구편입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군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합의 당시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하며 동의했던 의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에서는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니 유감”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의회의 애매한 결정을 두고 경북도 역시 고심에 빠졌다. 지역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안전부에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를 제출할 경우, 정부가 다시 주민투표나 경북도의회 의견 재청취 등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경북도는 추석 전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 제출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도의회의 찬반투표 결과와 별개로 경북도가 정부에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를 제출하면 행안부가 이를 검토한 뒤 법률개정안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법제처의 심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해야 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