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 주미대표부 이름 변경 검토, 중국 반발

중앙일보

입력 2021.09.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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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이 외교 공관의 공식 명칭을 ‘대만 대표부(Taiwan Representative Office)’로 변경해달라는 대만 측 요청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는 보도 이후 미·중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에 “대만 문제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급변점)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는 후시진 총편집인의 영상 칼럼이 게재됐다. 후 편집인은 “미국의 이런 고려는 중국 정부를 시험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오만에 외교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를 힘으로 다뤄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3일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의 정치적 토대”라며 “중국은 이미 관련 매체의 동향에 대해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한 교섭 제기’는 중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사용하는 표현이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 미국이 워싱턴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부(Taipei Economic and Cultural Representative Office)’의 명칭을 ‘대만 대표부’로 바꾸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안은 커트 캠벨 미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추진 중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 9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이후 나온 것이다. 당시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행동 등에 우려하자, 시 주석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해달라”고 맞받아쳤다.

그간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대만 관계를 양국(兩國)이 아닌 양안(兩岸) 관계로 지칭해왔다. 중국과 수교한 나라들은 대만을 공식 표기할 때 국가 명칭이 아닌 도시의 명칭을 사용했고 공관도 대사관이 아닌 무역 대표처 등으로 칭했다. 한국도 지난 1992년 중국과 수교 이후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를 통해 대만과 소통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 대표부’ 명칭을 사용할 경우 향후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15개국이다. 이 가운데 지난 7월 리투아니아가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대만 대표부’를 개설했다. 이에 중국은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화물열차 운행을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보복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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