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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 대신 태아 선택…한쪽 다리 절단한 숭고한 모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여성 캐슬린 오스본(28)은 지난해 11월 병원에서 슬픈 소식과 기쁜 소식을 동시에 들었다. 2005년 오른쪽 다리에 앓았던 뼈암(골육종)이 재발했다는 사실과 그가 임신 4개월째란 것이었다. 의사는 그에게 낙태 후 항암 치료와 오른쪽 다리 전체 절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천벽력같은 현실 앞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13일(현지시간) 미러지, 메트로는 오스본의 안타까운 사연과 숭고한 모정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오른쪽 다리 위쪽에 난 혹의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들어져 병원을 찾았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암으로 판정됐고, 골반 부위에선 알 수 없는 덩어리도 포착됐다. 의사의 추가 검진으로 오스본은 임신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뱃속 아기를 지키기 위해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영국 여성 캐슬린 오스본. 작은 사진은 그가 출산한 딸의 모습이다. [트위터 캡처]

뱃속 아기를 지키기 위해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영국 여성 캐슬린 오스본. 작은 사진은 그가 출산한 딸의 모습이다. [트위터 캡처]

오스본에겐 이미 각각 9세, 5세인 아들 헤이든과 레오가 있었다. 두 아들은 평소 "여동생을 갖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오스본도 셋째 임신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15년 전 그를 괴롭혔던 암이 재발했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의사는 그에게 결정까지 일주일의 시간을 줬다. 오스본은 슬픔에 잠겼지만, 결심까진 하루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바로 다음 날 의사에게 "다리 절단 수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뱃속 아기를 지키기 위해 항암 치료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는 "오래 생각할수록 더욱 두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스본의 세 자녀들.[트위터 캡처]

오스본의 세 자녀들.[트위터 캡처]

다만 오스본은 두 아들이 한쪽 다리를 잃은 엄마를 보고 놀랄까 걱정됐다. 고민 끝에 그는 영화 '트랜스포머'를 좋아하는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다리에 뭔가 나쁜 게 있어서 의사들이 그걸 떼어내야 하지만, 트랜스포머가 내게 새 다리를 만들어 줄거야." 두 아들은 엄마의 이야기를 믿고 "정말 멋지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오스본은 임신 4개월째인 지난해 11월 17일 골반 아래로 오른쪽 다리 전체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그는 휠체어도 거부한 채 목발로 생활하며 한쪽 다리로 생활하는 데 적응해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출산예정일 8주 전, 또다시 시련이 닥쳤다. 폐암 말기라는 판정이었다. 그는 2016년 폐암을 진단받았으나 치료 후 2017년 완치됐는데, 재발한 것이었다. 병원에선 오스본에게 제왕절개로 분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오스본과 세 자녀. 오스본이 품에 안은 아기가 셋째 딸이다. 오스본은 출산 8주 전 말기 암 진단을 받고 현재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오스본과 세 자녀. 오스본이 품에 안은 아기가 셋째 딸이다. 오스본은 출산 8주 전 말기 암 진단을 받고 현재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트위터 캡처]

네 번째, 그것도 말기 암 진단을 받고도 오스본은 뱃속 아기를 먼저 걱정했다. 그는 "예정일보다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와 아이를 잃게 될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다행히 오스본의 딸 아이다 메이는 지난 3월 12일 건강하게 태어났다.

말기 암인 오스본은 병원으로부터 수술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항암 치료를 하며 되도록 세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오스본은 "딸을 얻었기 때문에 내 다리를 잃은 결정은 매우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세 아이와 가능한 많은 추억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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