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카카오 김범수..역시 똑똑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22:15

업데이트 2021.09.15 09:42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 카카오]

정부압박에 항복..상생안 정답

플랫폼 독점본능 극복이 과제  

1.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항복했습니다. 카카오가 14일 상생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사회적 비난을 받아온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창업자인 김범수가 직접 주도한 상생방안입니다. 이미 공룡이 된 우리나라 플랫폼(Platform) 기업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뉴스로 주목됩니다.

2. 김범수가 ‘항복’했다는 표현은..이번 상생방안이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여론의 비난과 정부의 압박 끝에 나온 생존방안이란 의미입니다.
카카오가 최근 대중적 비난을 받은 대표적 사례는 두 가지..골목상권침투와 택시요금인상입니다. 카카오는 꽃ㆍ간식ㆍ샐러드 배달, 헤어샵까지..골목상권에 손을 뻗었습니다.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상당했습니다.

3. 더 광범위한 여론의 반발을 부른 건 택시요금 인상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호출서비스를 사실상 독점하자 택시기사와 승객에게 ‘돈을 더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승객을 상대로..기본요금 3800원인데 ‘택시 빨리 잡으려면 최대 5000원 더 내라’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편법 요금인상’이란 비난을 받았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기사들에겐 ‘돈 안받고 손님 중계해주겠다’고 했었는데..올해 3월 기사들을 상대로..‘월 9만9천원 내면 손님 빨리 받을 수 있다’는 프로멤버십을 팔았습니다. 택시업계는 ‘약속위반’이라며 반발했습니다.

4. 이런 카카오의 행태가 비난을 받는 것은..그들이 내세워온 ‘공유경제’라는 대의와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공유경제’는 서비스 이용자와 공급자가 플랫폼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에 이익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승객 입장에선 택시를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택시기사 입장에서도 손님 찾아 길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런 명분과 실리가 맞았기에 플랫폼이 ‘4차산업혁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5. 문제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이란 생존본능입니다.
플랫폼은 이용객을 많이 끌어모아야 생존가능한 비즈니스입니다. 이용자가 많아야 데이터도 많아져 서비스도 좋아지고 가격도 내려갑니다. 플랫폼끼리 경쟁하더라도 결국에는 한 곳으로 이용자가 쏠리게 됩니다. 독점기업의 서비스가 가장 좋으니까요..

독점하기까지 경쟁과정에선 ‘덩치를 키운다’면서 엄청난 출혈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6. 그런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 달라집니다. 갑이 되었기에 갑질을 시작합니다. 대의를 저버립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초의 ‘공유’취지를 외면하고, 이용자(택시 승객과 기사)들에게 더 많은 ‘플랫폼이용료’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을이 되어버린 이용자들은 저항하기 어렵습니다. 이용하지 않으면 너무 불편해져 버렸으니까요..

7. 대안을 찾지 못하는 을들의 원성이 높아지니..그동안 카카오 횡포를 눈감아온 정부여당이 나섰습니다.
원래 을들의 원한을 풀어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주 나흘간 고충처리모임을 열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까지 나서니 카카오 시가총액이 무려 25조나 날라가 버렸습니다. 김범수가 항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8. 김범수는 똑똑합니다. 이런 문제를 정확히 알고 확실한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골목시장 철수한다. 소상공인들과 상생하는 기금 3000억 5년내로 만들겠다.

-스마트호출 안한다. 기사들 상대로 한 프로멤버십 가격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낮춘다. 택시업계와도 상생협의회 만든다.

-앞으로 IT혁신과 이용자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한다.

9. 김범수는 IT업계 최고의 스타입니다. 창의성이 빛나는 IT전문가이자, 거듭 대성공을 거둔 벤처사업가, 그리고 의미를 찾는 명언제조기입니다.

2007년 NHN을 떠나면서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닙니다’는 말로 새 도전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카카오톡 대박으로 컴백했을 때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며 몸을 낮췄습니다.

10. 김범수 입장에선 그동안 카카오가 기여해온 국민편의를 먼저 생각할 겁니다. 억울하단 생각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14일‘최근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란 본질에 맞는 성장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역시 정답입니다..비록 몸은 공룡이 되었지만,초심은 잊지 않길 기대해봅니다.
〈칼럼니스트〉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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