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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백기 든 카카오, 네이버처럼 '상생ㆍ글로벌'…그 길도 험난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20:15

업데이트 2021.09.14 22:02

‘갑질 플랫폼’으로 비난받던 카카오가 백기를 들었다. 카카오택시의 유료 상품을 대폭 축소하고, 꽃배달처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계획을 14일 공개했다.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도 5년에 걸쳐 마련한다. 정부·여당이 카카오의 독과점 횡포를 성토하고 규제 칼날을 빼든지 1주일 만이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이날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업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이게 왜 중요해

‘승부사’ 기질의 김범수 의장이 과거 성장 전략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모바일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플랫폼을 만들고 나면, 돈은 따라온다고 믿고 추진한 전략이 복병을 만난 것. 그간 카카오는 모빌리티·콘텐츠·핀테크 등 핵심 사업군을 여러 자회사로 쪼개고, 기업가치를 100조원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김 의장이 새로운 키워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제시하긴 했지만, 숙제는 이제부터다. 오랜 적자 끝에 ‘이제 돈 버나'했던 카카오가 수수료·갑질 논란을 피해 가며 ‘어떻게 돈 벌어야 할지’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상생과 글로벌, 카카오가 꺼낸 해법이다. 2010년대 중반 '공룡 포털'로 불린 네이버의 해법과 겹친다. 당시 네이버도 온라인 부동산 중개, 광고 단가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른 끝에 '국내에선 소상공인과 상생, 해외에선 글로벌 기술 투자'라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대부분 본사가 직접 사업한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 자회사들은 외부 투자를 유치해 성장해왔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기다려온 투자자들이 있는데, 자회사들이 본사의 방침에 맞춰 새로운 수익모델을 짜내기란 쉽지 않다.
● 카카오 사례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들의 확장세가 한풀 꺾일지 주목된다. 배달·여가·금융 등 여타 플랫폼 사업자들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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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뭘 하고 뭘 안 하나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선 택시 사업부터 상생안을 내놨다. 최근 시작한 사업(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은 단계적으로 철수할 예정이다.
카카오택시 수수료 일부 개편 : ‘택시 빨리 잡으려면 돈 더 내야 하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는 폐지한다. 택시기사에게 콜을 더 주는 대신 유료로 판매하던 멤버십 상품은 월 9만9000원(9월까지 할인가 5만9000원 적용)에서 3만9000원으로 60% 가량 가격을 내린다. 유료멤버십으로 월 20억 수입을 예상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60%할인으로 연 140억원 이상 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덩치를 키운 대리운전 사업도 현재 20%(고정)인 수수료를 0~20% 변동제로 바꿔, 대리운전기사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동반성장 모델 구축 :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반드시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플랫폼 종사자나 소상공인 등과 상생을 위해 향후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택시 이외 다른 플랫폼들도 연말까지 사업철수 여부를 검토해 계획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카카오헤어샵이나 음식 주문 서비스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사업들이 철수 대상으로 거론된다.

카카오가 카카오택시 수수료를 일부 개편한다고 14일 밝혔다. 박민제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택시 수수료를 일부 개편한다고 14일 밝혔다. 박민제 기자

사회적기업 전환하는 ‘케이큐브홀딩스’, 왜

● 이날 카카오는 김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미래 교육·인재 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것. 이 회사는 김 의장(지분율 13.3%)에 이은 카카오 2대 주주(10.59%)임에도 카카오는 그동안 “김 의장 개인회사"라며 선을 그어왔다. 2007년 케이큐브홀딩스 설립 당시 사업목적은 '소프트웨어 공급 및 서비스'였지만 '경영컨설팅업'을 거쳐 지난해 '금융업'으로 변경했다.
●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누락 등 공시 위반' 혐의로조사를 시작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공정위는 또 지난해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융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면서, 금융사는 비금융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함께 들여다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사라는 평가를 받은 회사가 공정위 감시망에 들자, 카카오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특히 이 회사는 올해초 김 의장 배우자와 자녀 2명이 근무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둔 회사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날 케이큐브홀딩스 관계자는 "최근 김 의장의 자녀 2명이 모두 퇴사했다"고 전했다. 카카오 지배구조와 가족을 둘러싼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김 의장 의지로 보인다.

앞으로 카카오는 

자회사들의 IPO 일정은 당장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음달 상장을 목표로 하던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 수정 제출을 재차 미뤘다. 내년 상장이 유력했던 카카오모빌리티도 주관사 선정을 연기했다. "카카오페이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 영억이익도 사업구조 개선 등을 통해 연내 턴어라운드가 전망된다"(배재현 수석부사장, 2월 실적발표)는 기대도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다. 자회사 상장 연기는 투자사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플랫폼의 수익모델도 위태로워졌다. 수수료 문제에서 이해관계자는 물론, 정치권의 눈치도 살펴야할 상황이 됐기 때문.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사용자를 모은 후 가격을 올리는 기존 모델이 계속 유효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카카오의 신사업은 여전히 적자인데도, 플랫폼에 사회적 공기(共器)로서 적절한 가격 설정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에서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구글플레이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급성장했지만, 2016년 진출 후 4~5년간의 노력 끝에 얻은 결실이다. 일본과 함께 카카오가 주력 시장으로 꼽은 북미·동남아는 네이버웹툰도 오래 공들인 시장이다. 콘텐트·IP(지식재산)사업을 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곤 글로벌 진출 주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카카오의 고민이다.
● IT·스타트업계에선 공감과 우려가 교차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기존에 정보 비대칭과 공급자 우선주의로 소비자 불만이 컸던 분야에서 플랫폼이 문제를  해결한 면도 있다"며 "일방적인 시장철수를 강요하거나 규제 만능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고 했다. 권세화 인터넷기업협회의회 정책실장도 "소상공인과의 상생이라는 방향은 옳지만, 전통 산업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이나 IT 혁신까지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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