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데 전도 안 먹나”…익숙해진 비대면 추석,전통시장 울상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17:14

업데이트 2021.09.14 17:54

14일 오전 10시쯤 부평종합시장에서 손모씨가 아들과 함께 전을 부치고 있다. 심석용 기자

14일 오전 10시쯤 부평종합시장에서 손모씨가 아들과 함께 전을 부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이제 다들 안 모이는 게 익숙해졌나 봐요….”

14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 종합시장. 이른 시간부터 기름을 올리고 전을 부치는 손모(62·여)씨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20년째 이곳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그는 “몸은 조금 편해졌지만, 심적으론 제일 힘든 시기”라고 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대목인데도 예년보다 줄어든 주문 때문이다. 손씨는 “지난해엔 추석 전날 낮 12시 즈음에 주문이 20건 들어왔는데 올해는 2건뿐”이라며 “단골들도 명절에 모이지 않는다고 전을 사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적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명절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떡집을 운영하는 정모씨도 “선물용으로 만든 송편 모둠만 조금 팔리는 수준”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추석 앞뒀는데 손님보다 상인이 많다 

부평종합시장에서 전집을 운영중인 손씨는 지난해에 비해 예약 건수가 10분의1로 줄었다고 했다. 심석용 기자

부평종합시장에서 전집을 운영중인 손씨는 지난해에 비해 예약 건수가 10분의1로 줄었다고 했다. 심석용 기자

추석을 일주일 앞둔 이날 오전 부평종합시장에서는 오가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아 보였다. 오후 2시쯤 되자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생선과 야채 등을 산 뒤 곧장 시장을 벗어났다. 부평종합시장은 상인 500여명이 상점 400여개에 터를 잡고 있는 대형시장이다. 한때는 추석을 앞두고 주문이 밀려 의류상점에서 전을 팔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는 게 상인회의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속 두 번째 추석을 맞는 이곳에선 과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4일 오전 부평종합시장에서 장을 보는 손님은 예년보다 적었다. 심석용 기자

14일 오전 부평종합시장에서 장을 보는 손님은 예년보다 적었다. 심석용 기자

앞서 부평시장 상인들은 추석을 앞두고 손님이 늘 거라 기대했다고 한다. 정부가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 거라 본 것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손님이 일시적으로 늘었던 경험도 한몫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한다.

상인들은 비대면에 익숙해진 사회 분위기와 함께 최근 일부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영향을 줬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일 이후 150여 명의 확진자가 나온 서울의 한 시장은 청과동의 120여개 점포 중 5~6곳만 문을 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시장에서도 48명의 확진자가 나와 주 고객인 노년층이 방문을 주저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한계 지적된 농식품부 지원책 

부평깡시장은 지난 9일부터 농식품부의 전통시장 농축산물 소비촉진 쿠폰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부평깡시장은 지난 9일부터 농식품부의 전통시장 농축산물 소비촉진 쿠폰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통시장 농축산물 소비촉진 쿠폰사업’을 내놓았다.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에게 혜택을 줘 추석을 앞둔 전통시장에서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전국상인연합회에서 추천한 44개 전통시장 내 국내산 농·축산물 취급 점포가 그 대상이다. 해당 점포에서 농축산물을 구매할 경우 기준에 따라 구매금의 30%를 최대 2만원까지 온누리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만4000원 상당 과일을 샀을 때 가게주인이 서명한 영수증을 제출하면 온누리상품권 1만원을 받게 된다. 2주간의 행사 동안 최대 2차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인들은 품목이 제한적이고 모든 시장이 대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수도권 전통시장에선 서울 7곳, 인천 2곳이 참여한다. 한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효과는 있겠지만, 가공식품, 방앗간, 떡집, 수산물 가게 등은 적용받지 않아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20년 넘게 부평종합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송모씨는 “온라인 특별전을 대안으로 말하지만, 상하기 쉬운 일부 제품 특성과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상인을 생각하면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 같은 곳에서 전통시장 물품을 공동으로 구매해서 추석 때 요양원, 불우이웃 등에 나눠주는 방안 등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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