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평화 프로세스", 美 "동맹 소통 중요"…도쿄서 만난 한·미·일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16:32

14일 오전 도쿄에 위치한 일본 외무성 국제회의실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열렸다. 사진은 회담에 참석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왼쪽),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연합뉴스]

14일 오전 도쿄에 위치한 일본 외무성 국제회의실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열렸다. 사진은 회담에 참석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왼쪽),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연합뉴스]

한국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미국은 ‘대북 외교적 관여’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얘기했다.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3국의 입장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 13일 북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조성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은 北 미사일에 공개 우려

"北 미사일 발사 위협 상황" 일본 

일본 측 북핵수석대표인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협을 언급하며 3국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일본 측 북핵수석대표인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협을 언급하며 3국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일본은 이날 북한의 위협을 지적하며 한·미 양국이 기존에 논의하던 대북 인도적 지원에 일부 제동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 측 대표로 회담에 참석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협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협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북한의 위협이 확장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한국 정부가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 차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평가를 보류하며 대북 대화 필요성만을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후나코시 국장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발사한 순항 미사일의 사거리가 1500㎞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도쿄까지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순항 미사일을 ‘전략 무기’로 규정하며 전술핵 능력을 강화하겠단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또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징후가 담긴 동향 보고서를 발표하며 북한의 핵 위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성 김 대표 "최근 북한 상황에 동맹 협력 중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에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하는 한편, 북한의 선제적 변화 없이는 대북제재 완화 등 인센티브 제공도 없다는 대북 원칙론을 재차 강조했다. [연합뉴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에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하는 한편, 북한의 선제적 변화 없이는 대북제재 완화 등 인센티브 제공도 없다는 대북 원칙론을 재차 강조했다. [연합뉴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특정 현안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북한 상황은 동맹 간 긴밀한 의사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며 북한의 핵 위협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의 다양한 참여 제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며 조건 없는 대화를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완벽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미국의 기본 방침을 재확인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협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협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언급 피한 한국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본부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공개 언급을 자제했다. 노 본부장은 협의에 앞서 “한·미·일 공조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북핵 문제의 시급성에 대한 3국 공동의 인식 하에 북한을 어떻게 관여해 나갈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에 대한 생산적인 협의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한 자리에 모인 건 지난 6월 이후 약 3개월 만이다.다만 그간 노 본부장과 성 김 대표 사이에선 꾸준한 대면 협의가 이뤄졌다. 두 대표는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1주일 후인 지난달 30일엔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을 둘러싼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일 협의 직후엔 별도로 한·미 북핵수석대표 간 양자 협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선 기존에 논의하던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앞서 한·미 양측이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핵심 분야로 선정한 코로나19 방역과 보건, 식수 공급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 외교적 관여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는 양국 공동의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 및 북한과의 신뢰구축 조치 등 북한을 관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방한 왕이, 한국 끌어당기기 나설 듯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4일 오후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방한하는 왕 부장은 1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중앙포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4일 오후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방한하는 왕 부장은 1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중앙포토]

도쿄에서 3국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열린 이날 저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을 방문한다. 왕 부장의 방한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외교부는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실질협력 강화 ▶한반도 정세 안정적 관리 ▶글로벌 이슈 논의 등이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핵심 의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중 한반도 정세와 관련 남북-북·미 대화가 사실상 불통인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의 속내가 변수다. 왕이 부장은 한국을 향해 대미 견제구를 던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실제 왕 부장은 지난 12일 동아시아 4개국 순방차 베트남을 방문해 “역외 세력의 개입과 도발을 공동으로 경계하고 저지해야 한다”며 미국 견제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왕 부장의 대한 메시지는 1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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