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타이베이 아닌 대만?" 美공관명에 분노한 中, 군사충돌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외교 공관의 공식 명칭을 '대만 대표부‘(Taiwan Representative Office)’로 수정해달라는 대만 측 요청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 이후 촉발된 미·중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24일 미국 워싱턴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당시 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9월 24일 미국 워싱턴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당시 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중앙포토]

14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에 “대만 문제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급변점)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는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의 영상 칼럼이 게재됐다.

이 영상에서 후시진 편집인은 “미국 정부의 이런(명칭 변경) 고려는 중국 정부를 시험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오만에 외교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영어로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의 외교적 문제의 절반 이상이 대만에 관한 것이다. 대만 문제를 힘(force)으로 다뤄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비쳤다.

후시진(胡錫進) 중국 환구시보 편집장. [바이두 갈무리=뉴스1]

후시진(胡錫進) 중국 환구시보 편집장. [바이두 갈무리=뉴스1]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문제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은 양국 관계의 정치적 토대”라며 “중국은 이미 관련 매체의 동향에 대해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한 교섭 제기’는 중국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사용되는 표현이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워싱턴에 주재하고 있는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현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부’(Taipei Economic and Cultural Representative Office)에서 ‘대만 대표부’로 바꾸는 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안은 커트 캠벨 미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추진 중이며,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거치게 된다. 미국 정부는 FT의 보도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방독면을 쓴 대만군이 생화학전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의 잇따른 무력 시위로 양안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만군은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 일정으로 중국군의 무력 침공에 대비한 대규모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한광(漢光) 훈련에 들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방독면을 쓴 대만군이 생화학전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의 잇따른 무력 시위로 양안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만군은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 일정으로 중국군의 무력 침공에 대비한 대규모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한광(漢光) 훈련에 들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그간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대만과의 관계를 양국(兩國)이 아닌 양안(兩岸)으로 지칭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과 수교한 나라들은 대만을 공식 표기할 때 국가 명칭이 아닌 도시의 명칭(타이베이)으로 대체하며 공관을 둘 때도 대사관이 아닌 무역 대표처 등으로 칭한다. 한국도 지난 1992년 중국과 수교 이후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를 통해 대만과 소통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변경할 경우 이를 따르는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15개국이다. 이 가운데 지난 7월 리투아니아가 유럽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대만 대표부를 개설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화물 열차 운행을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조처를 취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9일 미·중 간의 경색된 관계를 풀기 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이후 나온 것이다. 당시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행동 등에 우려를 전달하자, 시 주석이 “중국의 주권과 영토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해달라”고 받아쳤다.

중국의 단계별 해양방위 경계선 확장 전략

중국의 단계별 해양방위 경계선 확장 전략

한편 백악관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잉그리다 시모니테 리투아니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리투아니아의 원칙적 외교정책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 미국과 동맹관계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