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다르면서도 같은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15:00

[더,오래]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10)

언론을 보면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 및 경제 트렌드 용어가 나올 정도로 세상이 빨리 변해 가고 있다. 요즘 트렌드가 너무 빨리 진화해 용어의 개념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요즘 유행하고 있는 용어는 10~30년 넘게 원래 있었던 경우가 상당수다. 그리고 비슷한 내용을 새롭게 이름만 다르게 포장하기도 한다. 특히 경제 트렌드 용어는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상술처럼 보인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특정 용어의 개념을 오해하고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구독경제와 공유경제 등의 개념을 혼합해 쓰는 것이 그중 하나다. 아직도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리고, 요즘 이슈가 되는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과도 개념이 유사해 보인다.

누구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구독경제와 공유경제 같은 경제 트렌드가 우리 이웃의 짐이 아닌 혁신의 도구가 되어야한다. [사진 pxfuel]

누구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구독경제와 공유경제 같은 경제 트렌드가 우리 이웃의 짐이 아닌 혁신의 도구가 되어야한다. [사진 pxfuel]

변질된 공유경제, 그렇다면 공유경제는 무엇인가?

몇 년 전부터 물건을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유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가 세계적으로 급성장하였다. 차량, 숙소, 사무실, 주방 등 공유의 영역도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라는 비상 상황에서 공유경제가 주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학자인 로렌스 레식 교수가 2008년에 말한 공유경제와 지금의 공유경제는 조금 다르다. 로렌스 교수가 말한 공유경제는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며 쓰는 것을 기본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공유경제는 플랫폼 경제로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가고 싶은 곳을 가기 위해서는 기차 플랫폼에서 표를 사야 하는 것처럼, 관문 역할 또는 중개 역할을 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을 플랫폼 경제라고 한다. 차량 연결 플랫폼인 우버, 숙소 연결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처럼 많은 고객(ID)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중개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이 플랫폼 경제 스타일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자동차나 집을 가지고 있다가 공유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보면 공유경제 회사보다는 플랫폼 회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공유경제와 구독경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유경제와 구독경제의 기본 개념에서 가장 큰 다른 점은 공유경제는 기본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는 것이고, 구독경제는 효율을 기반으로 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구독경제의 대표적인 기업인 넷플릭스와 음원사이트가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 예시다. 그런 이유로 구독경제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공유경제랑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구독서비스가 온라인상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구독서비스는 신문, 우유, 요구르트 등이다. 그렇다면 구독경제가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면 우리 집에서 구독하는 우유, 신문 등을 공유 차원에서 남들이 가져가도 된다는 말일까?

소유는 마침표, 구독은 진행형

많은 고객 ID를 보유한 업체가 중개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이 플랫폼 경제 스타일이다. AP=연합뉴스

많은 고객 ID를 보유한 업체가 중개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이 플랫폼 경제 스타일이다. AP=연합뉴스

구독경제는 지금처럼 소비자가 마트에 가서 만들어진 물건을 수동적으로 사던 구매 행위와 다른 것이지, 소유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내 저서인 『구독경제』의 부제가 ‘소유의 종말’ 인 것은 스마트폰과 통신의 발전으로 소유의 형태가 바뀌고, 경제 저성장의 고착화로 인해 강제 ‘소유의 종말’이 된 것을 의미한다. 또한 기존 구매는 한 번으로 끝나는 ‘마침표’라면 구독과 공유는 지속해서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계속되는 ‘ing’(진행형)’이다.

구독서비스가 되는 자동차, 비행기, 인공위성 같은 것도 소유하는 것이냐는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 구독경제는 지금까지의 구매행위와는 다른 효용성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이용과 경험이 핵심으로 비행기와 자동차 구독의 경우에는 경제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범주에 속한다.

지금은 구독경제, 공유경제, 플랫폼 경제가 모두 혼합되어 있고 일정 부분 교집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공유경제, 구독경제, 플랫폼 경제 모두 인터넷 세상의 발전으로 가능해졌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다.

기존의 방식과는 반대로 이제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시장으로 그 영역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똑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중요한 교집합은 바로 회원 ‘개인 ID’이다.

새로 정의되는 경제 트렌드의 기반은 소비자를 특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ID는 구독경제에서 더욱 특별하다. 구독경제만의 개인에 최적화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ID 경제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 민족의 DNA에 있는 공유경제, 구독경제

우리의 DNA 속에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정신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사극을 보면, 밤이 깊어지면 길을 가던 과객은 주변의 민가에 가서 하룻밤 자기를 청한다. 그러면 빈방 또는 헛간에서 하룻밤을 재워주고 심지어 조식까지 주는 장면을 수없이 봐왔다. 이것이 바로 지금 숙박 공유업의 시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역사극에선 우물 공유, 빨래터 공유 등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동네 아이들이 친구 집에 가서 온종일 놀다가 밥도 먹고 저녁이 되어서야 각자 집에 돌아갔던 추억이 있다. 예전에는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같이 봐주는 공동육아의 모습이 있었던 거 같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다산 정약용은 공유를 통해 물건을 같이 쓰면, 그것은 더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물질 그 이상의 가치가 된다고 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다산 정약용은 공유를 통해 물건을 같이 쓰면, 그것은 더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물질 그 이상의 가치가 된다고 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요즘,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독주에 대해서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여러 국가의 정부에서 앞다투어 제재 관련 법안 또는 행정절차를 논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네이버, 카카오 등에 대한 제재 및 견제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플랫폼 기업은 구독경제와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구독’을 미래 신성장 모델로 지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기업의 본질이다. 당연히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고 또 지속성장 하여야 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제재 및 규제는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생’이라는 큰 전제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산(茶山) 정약용의 사상에서도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를 엿볼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에 썼다.

“형체가 있는 것은 없어지기 쉽지만, 무형의 자산은 사라지기 어렵다. 자기가 자신의 재화를 쓰는 것은 물질적으로 쓰는 것이고, 타인에게 재화를 쓰는 것은 정신적으로 재화를 베푸는 것이다.” “물질을 향유하면 소멸하는데 기한이 있지만, 물질을 정신적으로 향유하면 변화와 소멸을 피해 간다” 〈’다산은 아들을 이렇게 가르쳤다’ 中〉

즉, 공유(나눔)를 통하여 물건을 같이 쓰면, 그것은 더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물질 그 이상의 가치가 되어 계속(ing)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즉, 소유는 마침표이지만, 구독과 공유는 ing(계속)라는 내 생각과 맥이 같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진정한 혁신

플랫폼 기업은 혁신을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 그 혁신을 통해서 기업은 성장하고 또 공동체에 이바지해야 한다. 구독경제 역시 ‘소상공인 구독경제’를 통해서 혁신이 가능하다.

정약용은 화성 공사 때 거중기라는 혁신을 통해서 당시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었다. 거중기를 통해서 당시 예산과 기간을 단축했음은 물론이거니와 백성들의 힘든 노동을 덜어 주고 무거운 물건을 나르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위험들을 줄일 수 있었다.

혁신이란 그런 것이다. 그 누구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나는 구독경제와 공유경제 같은 경제 트렌드가 우리 이웃들의 짐이 아니라, 그 짐을 거중기로 들어 올릴 수 있는 혁신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

관련기사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