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밤샘 줄서기…흥행 성공한 국산 싱글몰트 위스키 데뷔전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11: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36) 

“9일 몇 시에 오십니까?”

지난 6일, 위스키를 마시며 친해진 지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9월 9일 출시되는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의 첫 싱글몰트 위스키를 사기 위해 ‘줄서기’를 같이하자는 제안이었다. 9일 오전 9시부터 200병 한정으로 증류소 판매를 시작하는데, 전날 저녁부터 증류소에 가서 텐트를 치고 있겠다는 그였다. 설마 했던 일은 현실이 됐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앞에 텐트를 친 ‘기원’ 1호 구매자. [사진 곽재문]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앞에 텐트를 친 ‘기원’ 1호 구매자. [사진 곽재문]

9월 9일 00시, 벌써 30여명이 증류소에 도착해 줄을 서고 있었다. 위스키를 사려고 밤새 줄서기라니. 아침 6시쯤 출발하려던 계획을 급히 수정해 새벽 3시,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가 있는 남양주로 향했다. 4시 반쯤 도착해 차를 세워두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7시쯤 되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판매를 시작하는 9시경에는 200병을 살 수 있는 인원이 모두 찼다. 첫 한국 크래프트 싱글몰트 위스키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쓰리소사이어티스 마스터 디스틸러(좌)와 ‘기원’ 증류소 1호 구매자 곽재문 씨. [사진 곽재문]

쓰리소사이어티스 마스터 디스틸러(좌)와 ‘기원’ 증류소 1호 구매자 곽재문 씨. [사진 곽재문]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첫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은 ‘시작’과 ‘바람’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하나는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로서 새로운 위스키 역사를 시작하는 것. 다른 하나는 세계적인 위스키로서 인정을 받고자 하는 바람. 2020년 7월 7일 증류한 위스키 스피릿을 뉴오크 캐스크에 숙성해 2021년 9월 3일에 병입했다. 200mL 용량에 알코올 도수는 56.2%, 가격은 1병에 8만8000원이었다.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 호랑이 에디션. [사진 쓰리소사이어티스]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 호랑이 에디션. [사진 쓰리소사이어티스]

1년 2개월 남짓 숙성한 술을 위스키라 부를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1년 이상 숙성을 하면 위스키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스카치 위스키는 최소 숙성 연수를 3년으로 정했고, 일본 위스키도 최근 3년을 최소 숙성 연수로 정했다. 한국은 2020년 쓰리소사이어티스 등 위스키 전문 생산 증류소가 생기기 전까지 위스키를 만드는 곳이 없었다. 따라서 위스키에 대한 법 개정이 미비했다. 앞으로 세계적 추세와 함께 국내 사정을 살펴 최소 숙성 연수의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 호랑이 에디션. [사진 쓰리소사이어티스]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 호랑이 에디션. [사진 쓰리소사이어티스]

‘기원’위스키는 오크통 6개를 사용해 1506병을 만들었다. 이 중에서 900여 병은 미국·일본·싱가포르·대만·홍콩 등 해외에서, 600병은 한국에서 판매한다. 200ml라는 작은 용량에 8만8000원이라는 가격은 아쉽다. 그러나 첫 한국 크래프트 싱글몰트라는 점에 의미를 둔다면, 위스키 마니아로서 감수할 수 있는 가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1년 2개월 숙성으로 어떤 맛과 향을 냈는가. 다음 기사에서 기원 테이스팅과 함께 다른 저숙성 위스키와 비교했을 때 느낀 점을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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