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산업계는 ‘수소’가 화두였습니다. 15개 기업이 수소기업협의체를 창립해 ‘수소 동맹’을 맺었는데요. 하지만 수소경제는 아직 미래 산업. 수소 생산 기술도 아직 표준화돼있지 않습니다. 과연 어느 기업이 주도권을 쥐게 될지 알 수 없죠. 잘못 찍으면 낭패! 이럴 땐 이 기술, 저 기술에 다 쓰이고 대체재가 없는 소재주가 좀더 안전합니다. 수소로 뜨는 소재기업, 효성첨단소재입니다.
효성첨단소재는 주로 산업용 섬유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자동차용 각종 섬유가 주력제품인데요. 타이어코드, 안전벨트 원사, 에어백 원단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고로 실적은 그동안 자동차·타이어 생산에 따라 움직였죠.
그런데 올해 들어 주가를 355% 끌어올린 비밀병기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탄소섬유.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섬유인데요. ‘꿈의 소재’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닌 엄청난 3고(고경량·고강도·고탄성) 소재이죠.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를 독자개발(2011년)해낸 기업이 효성첨단소재입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3%.
탄소섬유는 거의 모든 첨단산업에 다 쓰입니다. 항공기, 자동차, 풍력발전기(블레이드) 등. 다만 효성첨단소재가 생산하는 탄소섬유 물성은 두가지뿐이어서 그렇게 여러 가지를 하진 못합니다. 이 기업 탄소섬유가 주로 쓰이는 분야는 압력용기. 기체 담는 압력용기용 탄소섬유 시장에선 시장점유율이 글로벌 2위(약 30%, 1위는 일본 도레이)입니다.
압력용기는 좀 시시하다고요? 그럼 ‘수소 연료탱크’는 어때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연료통이요. 솔깃하시죠? 수소 연료탱크를 안전하게 만들어주는(충격을 받아도 뻥 터지지 않게 하는)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 그걸 효성첨단소재가 만듭니다.
수소경제의 핵심은 의외로 ‘운송’에 있는데요(수소 도매가격의 40%가 운송비). 수소는 생산공장에서 충전소까지 어떻게 운송할까요. ‘튜브 트레일러’라고 불리는 차량에 담아서 운송합니다. 수소 튜브 트레일러를 만드는 업체들(예-일진하이솔루스, 엔케이, 시마론)에 탄소섬유를 납품하는 곳? 바로 효성첨단소재입니다.
만약 수소시대가 도래하고 수소충전소가 여기저기 설치된다면? 충전소용 압력용기에 들어갈 탄소섬유까지 수요가 폭증하겠죠.
탄소섬유, 유망한 건 알지만 문제는 생산능력이죠. 효성첨단소재의 생산능력은 연 4000톤. 세계 1위 일본 도레이(4만2600톤)나 2위 미쓰비시케미컬(1만5400톤)에 한참 못 미칩니다.
그래서 효성은 이미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발표했죠. 내년엔 6500톤으로, 2028년엔 2만4000톤으로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늘린다는 계획. 문제는 효성첨단소재가 부채비율 높기로(2분기 말 385.6%) 유명하다는 것. 계획대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려면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수소와 관련해선 알아둘 변수가 있어요. 바로 액화수소. 지금은 수소를 운송할 때 대부분 기체상태로 하지만, 이를 액체 상태로 바꾸면(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로 냉각) 한 번에 훨씬 더 많이 운송할 수 있거든요(운송비 절약). 그래서 많은 기업이 액화수소 기술에 투자 중. 만약 액화수소가 수소유통의 대세가 된다면? 기체수소를 담는 ‘튜브 트레일러’ 시장이 쪼그라들테니 탄소섬유 수요도 기대보단 줄어들 수 있죠.
다만 기체수소 저장 기술도 점점 발전 중이어서 아직 뭐가 이길지 판정은 이를지도. 확실한 건 액화수소가 대세가 되더라도,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는 기체 상태로 수소를 저장한 채 달릴 거란 점이죠. 단열이 어려워서 자동차에 액화수소를 연료로 싣고 다니긴 매우 어렵거든요. 따라서 수소버스, 수소전기트럭이 늘어날수록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로 만든 수소연료탱크가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군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수소경제엔 베팅하고 싶지만 도박은 싫다면
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