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는 마스크 다 벗자?…"모호한 용어, 방역도 헷갈려"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05:00

지난 6월 얀센 백신을 접종한 30대 직장인 A씨는 당시 ‘부스터샷(booster shot)’의 정확한 의미를 몰라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다고 한다. 그는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AZ)를 맞은 사람들은 부스터샷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더라. 차라리 ‘강화 접종’이나 ‘추가 접종’ 정도로 했으면 더 와 닿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ㆍ백신 관련 외래어가 널리 쓰이면서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서 포스트코로나, 부스터샷, 인센티브, 코호트 격리 등 낯선 단어들이 방역당국을 통해 꾸준히 언급되고 있어서다.

코로나와의 전쟁 2년째, 방역 규제 대신 ‘위드(with) 코로나’를 선택한 지난 8월 21일 밤(한국시간) 영국의 풍경이다. [AP]

코로나와의 전쟁 2년째, 방역 규제 대신 ‘위드(with) 코로나’를 선택한 지난 8월 21일 밤(한국시간) 영국의 풍경이다. [AP]

위드 코로나 vs 단계적 일상 회복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일상을 회복한다는 의미로 ‘위드(with) 코로나’ 단어가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용어 사용을 권장하고 나섰다. “(위드 코로나가) 확진자 발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없앤다는 의미로도 표현이 되고 있어 방역적 긴장감이 낮아지는 문제점이 있다”면서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도 “이 용어 자체가 정확한 정의가 없는데 너무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미로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위드 코로나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자영업자들이 힘드니 방역을 아예 풀어주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수도권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영국처럼 마스크도 벗고 방역을 다 내려놓는다고 이해했다. 그만큼 모호하고 다른 해석의 여지를 줄 수 있는 것 같다”며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말이 훨씬 적합한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도 의미가 모호해 혼선을 빚은 단어 중 하나다. ‘이후’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사 ‘포스트’를 붙인 형태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를 뜻하는 건지, 종식 이후를 뜻하는 건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포털에 이를 검색해보면 두 가지 용례로 모두 쓰인 사례가 나온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식당에 백신 접종 인센티브에 따른 모임인원 완화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지난 7일 서울의 한 식당에 백신 접종 인센티브에 따른 모임인원 완화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의 언어 인권의식 부족”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국민의 안전을 다루는 공공언어를 외래어로 사용하게 되면 정책 효율이 떨어지거나 혼선을 일으키기 쉽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대표는 “국민은 본인에게 주어진 기회나 혜택에 대해 정확하게 알기 어려울 수 있고, 그 용어와 연관된 공론의 장에 끼어들 수가 없어 민주적으로 정책 전반에 대해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방역 등 의료 전문가들의 언어 인권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는 외국어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신조어나 전문용어들을 우리글로 만들어 지식 대중화를 이끌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코로나 관련 용어는 특히나 국민의 안전,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중에게 정확한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전문기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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