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꾸로 가는 인사가 만사" 文정부 혹평한 임도빈 교수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05:00

“그동안 개혁한다고 한 것이 개악(改惡)이 됐고, 이게 누적이 돼서 이제 개혁하지 않으면 행정 체제도 ‘동맥경화’에 걸릴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한 임도빈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의 평가는 인색했다. 30년간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거꾸로 가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임도빈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약 30년간 행정학을 연구해왔다. 임도빈 교수 제공

임도빈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약 30년간 행정학을 연구해왔다. 임도빈 교수 제공

임 교수는 “정권이 바뀔수록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 느끼게 된다. 능력이 의심되지만, 캠프 인사이기 때문에 임명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꾸로 가는 ‘인사 만사’”

문재인 정부의 가장 잘못된 인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임 교수는 “다 그렇다”고 했다. 청와대가 독점적으로 비밀리에 최고위직 인사를 결정한다는 것을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이후 청와대에 ‘인사위원회’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국가인재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임 교수는 14일 오전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지식센터가 주관하는 정책지식 포럼에서 ‘새로운 시대의 인사행정체제 개편 방안’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한다. 그는 “평생 연구해 온 것을 바탕으로 인사 개혁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임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로부터의 견제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없앤다는 게 아니라 올바른 인사권 행사를 위해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인사수석실을 폐지하고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기능을 없애는 대신 ‘고위 공직에 종사하거나 앞으로 종사할 가능성이 있는 인적 자원의 종합적 관리를 담당하는 중립적 기구’를 설치하자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1999년 2월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종필 국무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취임1주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1999년 2월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종필 국무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취임1주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무원의 정실 임용을 방지하고 인사행정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인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임 교수는 “중앙인사위원회가 고위공무원이 주요 대상이었다면 국가인재위원회는 현재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하는 공직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그때보다 기능이 더 강화되고 위상이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깜깜이 인사’로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경우, 임 교수는 후보자의 윤리성 검증과 정책 능력 검증으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과거 개인 생활에 대한 검증인 윤리성 평가는 비공개로 하되, 적합성 여부를 A,B,C로 나누어 평가하고 A,B 등급을 받은 후보를 대상으로 청문회 생중계 진행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젊은이 지옥에 몰아넣어…PSAT 폐지해야”

지난 7월 기준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 '취준생' 수가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스 1

지난 7월 기준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 '취준생' 수가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스 1

통계청의 ‘2021년 5월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에 따르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중 32.4%는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한다. 임 교수는 “전국의 대학 중 공시 준비생이 없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귀중한 젊은이들을 또다시 시험준비 지옥 속에 몰아넣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그는 ‘PSAT(공직 적격성 테스트) 폐지와 대학 과정과의 연계’를 제안했다.

임 교수는 PSAT는 객관적 시험으로 획일성이 보장되나 시험 응시생의 공직 적격성을 확인할 수 있는 타당도와 신뢰도에 대한 검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실상 지능테스트에 가까운 시험”이라며 “대학 과정과 연계해 공공봉사에 관한 과목을 수강한 학생에게는 가점을 주고 각 대학의 추천제를 만들어 젊은이들의 시험준비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학 추천제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추천자를 공개하고, 추천사항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이를 바탕으로 각 대학의 추천 신뢰도를 만들어 반영하는 등 점차 투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 포럼에서 추가 대안도 발표

그가 근거로 들은 제도는 미국 인사관리처(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OPM)에서 관리하는 대통령 관리직 펠로우(Presidential Management Fellows·PMF) 프로그램이다. PMF는 공공정책 및 관리에 관심이 있고 헌신하고자 하는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대학원생을 매년 선발해 교육을 제공하고 평가를 통해 연방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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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14일 발표에서 대통령의 5년 임기 동안 공직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을 담은 장기 정무직 임용 계획서, 직업공무원 제도의 개혁을 위해 기존 9계급에서 18계급으로 등급 세분화, 등급과 보직의 분리, 사람의 복수 직렬화와 예비인력관리도 대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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