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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박지원 게이트' 고발에…조성은 "할말 없으니 앵무새같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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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으니까 앵무새처럼 저런다.”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33)씨는 1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야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할 말이 없으니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의 연계설(說)을 꾸며낸다”는 취지다. 조 씨는 윤 전 총장이 총장 재직 시절인 지난해 4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통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의 제보자다.

조씨는 “범죄 사실을 흐리고자 (하는) 휘발성 이슈에 대해서는 대응하거나 언급할 필요성이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13일 페이스북)라고도 했다. 의혹을 제기하던 제보자에서 또 다른 의혹의 당사자로 떠오른 그는 추가 근거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며 자신이 제기한 의혹을 한층 더 부각하려 했다. 조씨는 이날 오후 ‘윤석열 대검찰청의 당시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검사 외 선거개입 시도 사건을 알립니다’란 제목의 공익신고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하고 공익신고자 보호 조치도 신청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1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해 4월 '손 준성 보냄'의 '손 준성'이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동일인물이라며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조씨는 '손 준성' 계정이 이날 텔레그램을 탈퇴한 계정으로 떴다고 했고, 실제 손 검사의 텔레그램 계정도 탈퇴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캡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1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해 4월 '손 준성 보냄'의 '손 준성'이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동일인물이라며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조씨는 '손 준성' 계정이 이날 텔레그램을 탈퇴한 계정으로 떴다고 했고, 실제 손 검사의 텔레그램 계정도 탈퇴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캡처

‘박지원 게이트’ 역공에 추가 ‘증거’ 공개   

윤석열 캠프 정치공작진상조사특위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박 원장과 조씨, 성명불상자 1인을 국정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들이 사전 기획·공모해 조씨가 언론에 제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에서 ‘박지원 게이트’라고 명명한, 이른바 ‘국정원장 개입설’이다.

이 의혹은 전날 조씨의 SBS 인터뷰 답변 탓에 커졌다. 조씨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최초 보도 시점(지난 2일)에 관해 “우리 원장님이나 저가 원했던 거나 저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윤 전 총장 측에선 “무의식적으로 실토한 것”(이상일 윤석열 캠프 공보실장)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박민식(가운데) 전 의원과 변호인들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조성은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박민식(가운데) 전 의원과 변호인들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조성은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조씨는 이날 통화에서 “박 원장과 만남 얘기 뒤에 보도 시점에 대한 질문이 나오길래 ‘아니 원장님도 그렇지만, 나조차도 배려받지 못한 채 9월 2일에 보도됐는데 뭘 그렇게 자꾸 연계를 시키냐’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도 시점은 전적으로 뉴스버스 측에서 정했다는 설명을 한 것임에도, 박 원장 등을 관련 사건과 무리하게 엮고 있다는 뜻이다.

뉴스버스 측도 전날 조씨가 SBS 인터뷰에서 보도 시점에 관해 “이진동 기자(뉴스버스 발행인)가 ‘치자’고 결정한 날”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하면서도 “보도 몇 시간 전에 조씨에게 보도 결정을 통보했고, 보도 시점을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언론사의 몫”이라며 조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진동 발행인이 조씨와 박 원장의 독대 9일 전인 지난 2일 조씨와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어느 쪽이든 불문하고 정치인 접촉 등 가급적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일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권고했다”라고도 했다.

2018년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현 국가정보원장)와 조성은씨(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은 두 사람이 지난 11일 독대 만남을 한 사실을 들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제보를 사전 공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현 국가정보원장)와 조성은씨(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은 두 사람이 지난 11일 독대 만남을 한 사실을 들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제보를 사전 공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1

조씨가 박 원장과의 만남을 ‘역사와 대화하는 순간’이라고 표현한 걸 야권이 사전 모의의 근거로 보는 데 대해 조씨는 “(‘고발 사주’ 의혹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그냥 범죄사실을 밝혀내는 과정”(SBS 인터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대검찰청 감찰부와 공수처 등 수사기관에 이미 제출한 자료들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면서 역공을 폈다.

“‘손 준성’ 계정, 실제 손 검사의 것 확인” 

조씨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이 지난해 4월 3, 8일 텔레그램을 통해 조씨에게 전달한 고발장 이미지 위 ‘손 준성 보냄’이란 문구가 찍힌 것과 관련해 “‘손 준성’이란 계정이 실제 손 검사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 기자와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 캡처를 공개했다. 조씨는 손 검사의 연락처가 없기 때문에 ‘손 준성’이란 글자를 누르면 ‘손 준성’의 프로필 상 휴대전화에 ‘알 수 없음’이라고 뜨는데, 해당 메시지를 손 검사의 연락처를 저장하고 있는 뉴스버스 기자에게 보냈을 땐 그 기자가 저장해 놓은 ‘손준성 검사’란 이름에 따라 ‘손준성 검사 보냄’이라고 뜬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개한 뉴스버스 전혁수 기자와의 SNS 대화 내용. 조씨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 속 '손 준성 보냄'의 '손 준성'이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계정임을 확인해주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개한 뉴스버스 전혁수 기자와의 SNS 대화 내용. 조씨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 속 '손 준성 보냄'의 '손 준성'이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계정임을 확인해주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준성 검사’란 글자를 클릭했을 때 실제 손 검사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프로필이 뜨는 걸 두고 “빼박(‘빼도 박도 못한다’의 줄임말로 확실하다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램 기능상 ‘○○○ 보냄’의 ‘○○○’은 아무리 많은 전달 과정을 거쳐도 최초 발신자의 계정 이름이 유지되는데, 손 검사의 연락처를 아는 이에게 전달됐을 경우 실제 손 검사의 계정이라는 게 확인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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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또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는 과정을 참관하며 고발장의 이미지가 생성된 날짜, 자신이 김 의원으로부터 전달받은 고발장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은 날짜가 모두 2020년 4월 3일이란 로그 기록을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손 검사가 당일 고발장 이미지를 누군가에게 전달한 사실은 입증이 가능하다.

다만 조 씨의 주장이 맞더라도 실제 손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했는지, 고발장 사진 등 자료를 김 의원이 아닌 제삼자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증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손 검사는 지난 6일 “고발장을 작성한 적도, 첨부 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전송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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