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없어 43번 퇴짜 당하다···'접종률 40%' 앨라배마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05:00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생길 거라고 아무도 예상해본 적이 없습니다. (병상이 없다는 건) 정말 충격적입니다"  

43개 병원 중환자실(ICU)에서 입원을 거부당하고 사망한 미국 앨라배마주(州) 주민 레이 드모니아(73)의 딸이 한 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병상 부족 사태를 겪는 미국에서 심장병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지난 1일 사망한 미국 앨라배마주(州) 주민 레이 드모니아(73).

지난 1일 사망한 미국 앨라배마주(州) 주민 레이 드모니아(73).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레이 드모니아는 지난 1일 미시시피주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의 생일을 사흘 앞두고서였다. 골동품 경매상인 그는 지난 40년 동안 활력 있게 살아왔다고 한다. 그의 딸 레이븐 드모니아는 "아버지는 좋은 물건이 있으면 시카고나 뉴저지까지도 갔을 것"이라고 했다.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아왔던 그였지만, 응급 상황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자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했다. 레이븐은 "아버지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에도 뇌졸중을 앓았는데, 당시에는 병상이 있어 버밍엄 병원에서 3시간 만에 치료를 받고 쾌차했다"고 했다. 병상의 중요성을 아는 그였기에 레이는 백신을 일찌감치 접종했다. 그는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가 다시 골동품 경매가 열리길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고향인 앨라배마주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40%대에 그쳤다. 결국 코로나19 변이인 델타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병원이 꽉 차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 그가 심장병으로 지역 병원에 실려갔을 때 지역 병원에서는 그에게 필요한 치료를 제공할 수 없었다. 병원 측은 인근 3개 주의 43개 병원에 연락을 돌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결국 미시시피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때는 늦었다.

레이븐은 지역 신문 부고 기사에서 "레이를 기린다면,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주민들은 백신을 맞아 비상사태를 위한 자원을 확보해달라"고 부탁했다.

앨라배마주 공중보건국의 스콧 해리스 국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앨라배마에서 ICU 병상 수용 능력이 부족해져 심각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난주, 주의 ICU 병상수보다 환자 수가 약 60명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WP는 자체 데이터로 집계해 지난 12일 앨라배마주에서 2800명이 코로나19로 입원했다고 전했다. 이들 가운데 768명이 ICU 병상을 차지했다.

앨라배마 병원 대변인 제니퍼 말론은 "레이 드모니아가 경험한 것과 같은 상황은 주 전역의 병원에서 보고되는 지속적인 문제"라며 "모든 병원의 병상이 (코로나19 환자들로) 점점 부족해지고 있어 일반 환자들의 이송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