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동강난 민심, 환경평가 퇴짜…위기의 제주 2공항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01:28

지면보기

종합 27면

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제주 2공항은 지난 2015년 추진이 발표됐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2공항 조감도. [사진 제주도]

제주 2공항은 지난 2015년 추진이 발표됐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2공항 조감도. [사진 제주도]

제주도에 기존 제주국제공항 외에 공항을 하나 더 짓는 방안이 발표된 건 6년 전인 2015년 11월이다. 2025년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약 540만㎡ 부지에 5조원을 투입, 3200m 규모의 활주로를 갖춘 공항을 짓는다는 내용이었다. 포화 상태로 항공안전 우려까지 제기되는 제주공항의 항공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당초 정부는 제주공항 확장, 제주공항 폐쇄 후 통합 신공항 건설 등도 검토했지만 채택하지 않았다. 제주공항을 확장하려면 바다 쪽으로 매립지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훼손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또 제주공항 폐쇄는 제주 시내 상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제주 2공항 건설이었다. 이를 두고 항공전문가 사이에선 “제주도 크기를 고려하면 공항을 두 개씩이나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던 게 사실이다.

6년 전 조성 발표, 지금껏 제자리
도민 여론조사에선 반대가 많아
환경부 반려에 국토부 대책 부심
내년 지방선거서 운명 갈릴듯

이런 사정 속에 추진된 제주 2공항이 요즘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2공항 건설을 두고 제주 민심이 극명하게 갈라져 고민인 데다 지난 7월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마저 환경부에서 뜻밖에 반려했기 때문이다. 기본계획 확정 전에 환경에 미칠 영향과 환경보존 계획의 적정성 등을 따져보는 전략환경영향평가는 2공항 건설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절차다. 당시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환경부가 반려하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며 당혹해 하는 모습이었다.

국토부는 환경부가 보내온 반려 사유를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하면서 보완책을 찾는 중이다. 하지만 해법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한다. 반려 사유는 약 30가지로 ‘숨골’처럼 법적인 개념이 불분명한 사안의 보전계획 미비 등도 포함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반려 사유에 대해 최대한 보완책을 고심하고는 있지만 모호한 부분도 적지 않아 전부 해결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정부세종청사에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정부세종청사에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령 어렵사리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넘어선다고 해도 더 큰 장벽을 맞닥뜨려야만 한다. 바로 동강 난 민심이다. 지난 2월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2공항 찬반 여론조사에선 건설 반대 의견이 높게 나왔다. 반면 2공항 후보지인 성산읍민 조사에서는 찬성이 더 많았다. 2공항 관련 토론회나 기자회견장에선 찬성과 반대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면도 자주 노출된다. 이렇게 갈라진 민심을 제주도가 아닌 국토부가 직접 나서서 해소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 의견과 전망도 엇갈린다.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도내 여론이 모이지 않고 대립하는 상태에선 2공항을 추진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무리하게 추진하면 더 많은 문제만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철 한서대 교수도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여론이 갈라진 상황에선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는 여러모로 어렵다”고 전망했다.

반면 정부가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2공항의 필요성이나 타당성을 변경할 만한 여건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정부 방침대로 추진해야 한다.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국책사업을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6월 실시될 지방선거 결과가 2공항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거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지사 후보들이 2공항에 대해 어떤 공약을 내걸지, 도민들은 누구를 선택할지에 따라서 향후 방향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원희룡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이유로 지난달 초 사임하면서 현재 제주지사 자리는 공석이다. 도내 여론을 아우르고 추스를 구심점이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없는 셈이다. 정부도 그 전에 정책 방향을 정하긴 부담스러울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아예 지방선거 때 제주도에서 2공항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중앙정부가 제주도의 의사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지방선거에서 이를 확정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 정도 사안은 주민들의 직접 투표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대형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지방선거 결과가 2공항에 미칠 영향은 막대해 보인다. 앞서 대통령선거(3월)가 있지만 대선 공약이라고 해도 실제 추진 과정에선 환경단체나 지역의 반대에 부딪혀 진척을 못 보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흑산도공항이 대표적이다. 주민과 관광객 편의를 위해 1900억원을 들여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흑산도 68만㎡ 부지에 50인승 이하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소형공항을 짓는 내용이지만 환경 문제에 발목이 잡혀 중단돼 있다.

내친김에 제주도에 2개의 공항을 운영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직 국토부 고위관료는 “제주도의 규모, 항공사의 운영 부담 등을 고려하면 복수의 공항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통합공항 건설 방안도 다시 한번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정부와 제주도 모두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각각의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놓아야만 2공항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과 충돌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