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로벌 아이

화웨이는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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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신경진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최근 중국 외교 용어 사전에 신조어가 추가됐다. ‘두 벌의 리스트와 세 가지 한계선’이란 알쏭달쏭 용어다. 지난 7월 톈진 미·중 외무 회담에서 처음 등장했다. 미국이 잘못했다는 목록과 중국이 우려하는 목록, 넘어선 안 된다는 바텀 라인을 말한다. 첫째 리스트에 중국 통신 장비 기업인 화웨이(華爲)의 멍완저우(孟晩舟·49) 부회장의 인도 요구 취소가 들어있다. 미·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에 일개 기업체 임원의 석방이 포함됐다. 화웨이는 다르다.

중국에서는 민영 기업마다 기부가 한창이다. 이른바 ‘3차 분배’다. 4월 텅쉰이 500억 위안(약 9조원), 6월 메이퇀과 바이트댄스, 7월 샤오미가 동참했다. 8월 텅쉰이 다시 500억 위안을 냈다. 9월 2일 알리바바가 1000억 위안(약 18조원)을 기부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화웨이 기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화웨이는 다르다.

지난 7월 16일 런정페이(오른쪽 두번째) 화웨이 회장이 구이저우 화웨이 클라우드센터에서 리잔수(왼쪽) 전인대 위원장을 영접하고 있다. [CC-TV 캡처]

지난 7월 16일 런정페이(오른쪽 두번째) 화웨이 회장이 구이저우 화웨이 클라우드센터에서 리잔수(왼쪽) 전인대 위원장을 영접하고 있다. [CC-TV 캡처]

눈썰미 빠른 중국 네티즌이 출동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순이익·납세액을 조사했다. 화웨이 8941억·646억·1010억 위안, 알리바바 4821억·1598억·200억 위안, 텅쉰 5097억·1493억·366억 위안. 화웨이 납세액이 압도적이다. “텅쉰은 화웨이를 배워라”며 윽박지른다. 세법이 규정한 업종에 따른 세율 차이라 해도 네티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화웨이는 다르다.

“상인은 절대 정치에 간여해서는 안 됩니다. 중국에 상인이라는 존재가 등장한 이래 만연한 정경유착, 즉 상인이 정치에 관여하는 문화와 완전히 결별해야 합니다.”

런정페이(任正非·77) 화웨이 회장의 어록이다. 상인은 ‘정치’가 아닌 ‘장사’만 해야 한다는 런 회장이지만 정치 후각은 남다르다. 지난 7월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위원장이 구이저우를 시찰했다. 구이저우가 고향인 런 회장이 화웨이 클라우드센터에서 직접 리 위원장을 영접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뉴스가 이 장면을 전 중국에 송출했다. 중국에서 CC-TV 메인뉴스 등장은 정치적 함의가 담긴다. 화웨이는 다르다.

직원 분배 철학도 국책과 함께한다. 13일 공개 인트라넷에 런 회장과 우수 직원 좌담회가 실렸다. “황포군관학교 교문에는 ‘높은 지위에 올라 부자가 되려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고 적혔다. 왜 화웨이의 아프리카 슬로건은 ‘승관발재(升官發財)를 원하면 아프리카로 오라’일까”라며 “사회를 위해 부를 창출하려면 자신도 이로워야 한다. 자금도 충분하다. 왜 뜻있는 청년에게 승관발재를 허용하면 안 되나”고 반문했다. 아프리카 개척단을 자처한다. 화웨이는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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