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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누가 카카오모빌리티를 1등으로 만들어 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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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민제 기자 중앙일보 IT산업부장
박민제 기자

박민제 기자

“그 앱 깔았죠?”

2016년 택시를 직접 몰고 민심을 취재했을 때 일이다. 택시 운행에 나선 기자에게 한 선배 기사가 물었다. 그가 보여준 것은 카카오택시 기사용 앱. “‘길빵’(배회영업)만으론 사납금 채우기 힘들다”며 “요샌 다 이걸 쓴다”고 말했다. 그렇게 입소문을 탄 카카오택시(현재 카카오T)는 5년 여만에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이 됐다. 승객 2800만명, 기사 23만명이 이 앱을 쓴다.

그런데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카카오T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는 ‘갑질 플랫폼 기업’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파트너였던 택시단체는 ‘카카오T 호출 거부운동’을 준비 중이고, 여당과 정부는 “플랫폼 규제”를 외친다. 카모에서 시작된 반(反)플랫폼 정서는 카카오 본사로까지 번졌다. 한때 75조원(6월 23일 종가)에 달했던 카카오 기업가치는 13일 55조원까지 급락했다.

물론 카모의 잘못이 크다. 업계 1위를 굳히자마자 수익화 욕심을 과하게 부렸다. 지난 8월초 카모가 기본 요금 3800원인 택시에 호출료를 최대 5000원까지 받겠다고 하자 “너무한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카카오 탓을 하기 전에 돌아볼게 있다. 카모가 콜택시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정부와 국회, 택시업계의 ‘공’이 컸다. 2013년 우버의 한국 진출 이후 정부와 국회는 카모의 잠재적 경쟁자를 끊임없이 제거해줬다. 우버가 카풀 형태의 우버 엑스를 시작하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우버를 경찰에 고발했고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스타트업 타다도 국회가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동력을 잃었다. 이런 정책 뒤엔 ‘타도 ○○○’을 외치고 실력 행사에 나선 택시업계가 있었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카모 잘못도 있지만, 택시업계에 끌려다니며 근시안적 정책을 편 정부와 국회가 현재 카모 독점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와 국회의 ‘플랫폼 갑질 손보기’가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경쟁의 판을 만들지는 못한 채 ‘피해자가 많다고 하니 1등 플랫폼은 손 좀 보자’는 식으로 흘러가서다. 독점 플랫폼의 전횡을 막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플레이어들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판을 짰는지 정부와 국회는 먼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